지능의 한계에 부딪히고, 헛된 노력이 이어지고, 같은 내용을 몇 달째 붙잡고 씨름하는 일은 정말 고통스럽습니다. 아무리 애써도 이해되지 않아 스스로 멍청하다고 느끼고,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조차 막막할 때, 우리는 진짜로 주저앉고 싶어집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두려움’입니다.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불안,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조심스러움, 그리고 결국 스스로 무너질까 두려운 마음. 나이를 먹어도 이 두려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요즘 아이들 사이에서 흔히 말하는 ‘3무’—잘하는 게 없고, 좋아하는 게 없고, 되고 싶은 것도 없다는 말—은 단순한 무기력의 표현이 아닐지 모릅니다. 그 말들 뒤에 숨은 건, 두려움입니다. 넘어질까 봐 아예 걷지 않으려는 마음,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는 조용한 항복 말입니다.

하지만 ‘넘어지는 두려움’과 ‘걷는 두려움’은 결국 같은 것입니다. 넘어질까 봐 걷지 않으면, 평생 걷는 법을 배울 수 없습니다. 계속 주저앉아 있기만 한다면, 처음의 서투름은 영원한 장애로 남습니다.

아이에게 손을 내밀기 전에, 어른인 우리는 먼저 자신을 돌아봐야 합니다. 아이를 기다려주지 못하는 조급함, 아이의 실패를 견디지 못하는 불안, 그리고 아이를 통해 나의 불완전함이 드러날까 두려운 마음. 혹시 그런 감정들이 아이를 더 깊숙이 주저앉게 만들고 있지는 않을까요?

아이들이 스스로 주저앉아 있다는 걸 깨닫게 하려면, 먼저 어른이 자신의 두려움을 자각해야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아이가 일어설 수 있는 여유를 허락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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