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가 최근 방영한 뉴스토리 「금융맹은 살 수 없는 시대!…빨라지고 달라지는 조기 경제 교육」이라는 프로그램은 요즘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잘 보여줍니다. 부동산 현장 체험, 비트코인 설명회, 용돈 분배 훈련까지. 아이들에게 일찍부터 ‘경제 마인드’를 심어주겠다는 부모들의 열정은 대단합니다.
하지만 그 열정은 정작 한 가지 근본적인 질문에는 답하지 않습니다. “돈은 어디서 오는가?”
이 프로그램에서 강조된 경제 교육은 ‘돈을 어떻게 굴릴 것인가’에만 집중합니다. 가격을 비교하고, 시세를 분석하며, 효율적으로 소비하고 저축하고 투자하는 기술들. 그러나 그 돈이 어떻게 생겨나는지, 다시 말해 노동과 생산이라는 본질적 가치는 교육에서 빠져 있습니다. 마치 돈은 땅에서 솟아오르거나 클릭 몇 번으로 증식되는 것처럼 다뤄집니다.
한국 사회는 이미 이런 왜곡된 경제관의 폐해를 겪고 있습니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뜻)의 유행어로 상징되는 무리한 투자, 특히 젊은 세대의 부동산·주식·코인 투자 열풍은 단순한 욕망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어릴 때부터 ‘돈의 기술’은 배웠지만, ‘돈의 뿌리’는 배우지 못한 세대가 선택한 생존 방식이기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청년들이 삶의 시계를 ‘대출 상환’과 ‘시세 변동’에 맞춰 살게 되었고, 일부는 사기 피해를 입거나, 투자 실패로 심각한 채무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금융 정보 부족 때문이 아니라, 부와 성공을 ‘운과 기술’로 오해하게 만든 사회적 교육 실패의 결과입니다.
왜 우리는 아이들에게 돈을 가르치면서, 돈은 ‘노동의 땀’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은 말하지 않을까요?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아이가 용돈을 받기 위해 잔디를 깎거나, 설거지를 하거나,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는 등 노동의 경험을 통해 금전적 보상을 받는 구조를 만들기도 합니다. 이는 단순한 집안일이 아니라, 일과 보상의 연결 고리를 체험하는 과정입니다.
반면 우리 사회의 대부분 가정에서는 노동 없는 용돈이 주어지고, 투기와 투자의 경계조차 분명하지 않은 방식으로 경제 교육이 진행됩니다.
진정한 경제 교육이란 단순한 정보 제공이나 기술 훈련이 아닙니다.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부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노동 없는 금융 교육은 결국 ‘노력 없는 이득’을 꿈꾸게 하고, 그 꿈은 너무 자주 빚으로 끝나는 현실을 낳습니다.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경제 교육은, 돈을 다루는 기술이 아니라, 돈을 만들어내는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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