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석의 <우리가 술 마시고 하는 말>을 읽던 날.
술에 관한 이야기도 나오지만, 술에 대한 책만은 아닌 책.
그런데 읽는 내내 술 생각이 나게 하는 책을 읽는 바람에 책장을 덮고나서 바로 든 생각은 자, 이젠 마시러 가야지,였다. 예전 같았으면 누군가를 불러낼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시골살이중(거리도 거리지만 생각해보니 그렇게 누군가에게 전화를 해서 휙 만나 술 한잔 했던 때가 너무 오래 전이다!).
저녁 식사 후 바람도 시원하고, 달빛도 좋고 해서 남편과 캔 하나씩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20대 문창과 학생들이 2박3일 북스테이 중이어서 그들을 꼬셨다.
한잔 할래요?
부모 같은 우리와 한잔 하는 게 부담스러울까봐 조심스럽게 말했는데 흔쾌히 응했다.
그들은 한밤에 마시려고 준비했던 맥주 한 캔씩을 갖고 내려왔다.
바람소리, 계곡소리 나는 곳에서 우리는 윤성희, 백민석, 황정은. 박지리, 이원, 제발트, 칼비노 등을 이야기했다. 술 마시고 이야기를 나눈 이들이 문창과 학생들이어서 얼마나 좋았는지. 마치 내가 그들과 같은 문창과 시절인 듯 착각했다.
한 캔씩 비우고 더 붙잡고 싶었으나 욕심을 비우고 그들은 방으로 올라가고, 우리는 한 캔을 더 따서 나눴다. 달빛 좋은 한여름밤. <술 마시고 우리가 하는 말> 때문에, 그만 술 마시고 좋았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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