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는 나를 보호해 주지만 때로는 그 가시를 거두어들여야 될 때가 생겨요. 저는 결핍의 힘으로 지금의 제가 되었어요. 결핍을 가진 사람이라서 저처럼 약하고, 부족하고,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고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어요. 214p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 크게 마음이 울릴 줄 몰랐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이 TV 프로그램 덕분에 유명해지고 어마하게 책이 많이 팔렸을 때, 나는 그 책을 읽지 않았었다. 그러다 그의 책을 읽은 것은 몇 년 전 <꽃은 많을수록 좋다>였다. 그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김중미라는 작가가 누군지 알았고 그에 대한 존경심이 일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러 오늘 <존재, 감>을 읽으면서 작가 김중미의 삶을 다시 생각하며 소시민적인 나의 삶을 돌아봤다.
<존재, 감>은 ‘작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그동안 학교나 도서관에서 했던 강연을 토대로, 그의 작품이 대부분 가난, 불평등, 강제철거, 외국인 노동자, 농촌 현실, 동물 학대, 평화 등을 담고 있으므로 그런 주제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강연 때 만난 질문들 즉, 어린 시절, 작가는 어떻게 됐나 등 작가의 삶도 다루고 있다.
그런데 그것들이 작가의 머릿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삶을 토대로 이야기한다. 책 속 몇 구절을 옮긴다.
내 옆에 있는 친구들이 더 잘 나가고 능력도 뛰어나고 예쁘고 돈도 많을수록 내가 더 좋을까요? 그렇지 않아요. 부족한 사람들이 내 옆에 있을 때 오히려 서로 채워주면서 내가 더 성장할 수 있어요. 서로 기댈 수 있고요. 저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그렇게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서로 부족한 점을 함께 채워 나가는 거예요. 나는 더 잘해야 돼, 남보다 공부도 더 잘해야 되고, 더 많은 스펙을 쌓아야 되고, 더 좋은 대학을 가야 되겠어. 이렇게 나 혼자 발버둥 치더라도 내가 사는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면 나는 행복해지기 힘들어요. 31p
슬픔을 이기는 방법은 기억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는 거예요. 그 친구와 즐거웠던 추억들을 나누는 것, 그러면서 잊지 않고 간직하는 것이 오히려 슬픔을 견디는 방법 같아요. 그게 바로 슬픔과 아픔을 나누는 법이기도 하겠지요. 슬픈 사람을 위로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중략) 아무 말도 없이. 이틀이 됐든, 사흘이 됐든 그렇게 옆에 있다 보면 나눠지더라고요. 슬픔과 아픔을 나무며 곁을 지켜주는 것, 떠나지 않는 것, 그게 가장 큰 위로라고 생각해요. 104p
우리가 가진 능력 중에는 상상력이 있어요. 내가 직접 아프지 않아도 우리는 상상력이 있기 때문에 타인의 고통을 상상할 수 있어요. 타인의 고통을 보면서 ‘아, 나도 저런 어려움에 처할 수 있어. 저렇게 아플 수 있어.’ 하고 상상하고 연민을 느낀다면 연대의 손을 내밀 수 있어요. 126p
어차피 우리는 모두 한 번밖에 못 살잖아요. 성공해서 온갖 부를 누리면서 사는 것도 멋있을지 모르지만 한 번 사는 건데 꼭 그렇게 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덜 가지고 불편해도 이웃들과 웃고 떠들면서, 서로 돕고 나누면서 살다 가면 더 좋지 않을까요? 163p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 강연이었으므로 당연히 그들이 읽으면 좋지만, 부모가 읽어도 좋다. 내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 나는 어떻게 세상을 바라볼 것인가에 대해 생각할 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출처] 김중미의 <존재, 감>|작성자 생각을담는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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