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우리 회사 업무의 절반을 하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 세일즈포스의 CEO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는 최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업무의 30%에서 50%가 AI에 의해 처리되고 있으며, 그 정확도는 93%에 이른다고 한다. 이제 AI는 더 이상 보조 도구가 아니라, 조직 내부의 핵심 인력처럼 작동하고 있다. 그는 이 변화를 가리켜 “디지털 노동 혁명”이라 불렀다. 말 그대로 일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선언이다.
세일즈포스는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고객관계관리(CRM) 소프트웨어 기업이다. 고객 데이터를 분석하고, 마케팅 자동화, 영업, 고객 서비스를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을 제공한다. 1999년 설립 이후 ‘소프트웨어는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로 사용한다’는 개념을 대중화하며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시장을 주도해 왔다.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디지털 비즈니스의 기반을 제공하는 필수적 인프라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그런 회사가 지금 AI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사실은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선다. 베니오프는 “우리가 하던 일을 이제 AI가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사람은 더 고부가가치의 일로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AI가 하는 일’은 단순 반복작업에 그치지 않는다. 고객 이메일 작성, 내부 보고서 초안, 매출 예측, 마케팅 문구 생성 등 중간 관리자급 업무의 상당 부분이 이미 AI로 대체되고 있다.
그 여파는 조직 구조의 변화로 이어졌다. 세일즈포스는 올해 초 약 1,000명의 직원을 감원했다. AI를 중심에 둔 업무 재편의 결과다. 이와 비슷한 흐름은 다른 글로벌 기업에서도 확인된다. 스웨덴의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Klarna)는 AI 기술 도입 이후 전체 직원의 40%를 줄였고, 아마존 역시 AI 활용을 통해 역할 축소와 재배치를 예고했다. 사이버보안 기업 크라우드스트라이크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세일즈포스의 AI는 93%라는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다. 베니오프는 그 배경에 자사가 보유한 방대한 양의 데이터와 메타데이터가 있다고 설명한다. 반면 다른 기업들은 데이터 인프라가 부족해 비슷한 성능을 내기 어렵다고 말한다. AI의 성능은 알고리즘 자체보다도 ‘학습할 수 있는 기반’에 따라 갈린다는 뜻이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기술이 얼마나 더 발전할 것인가가 아니다. 사람은 앞으로 어떤 일을 맡아야 하며, 어떤 일은 AI가 대신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점이다. 기술의 도입은 기업의 선택이지만, 기술이 가져오는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는 사회 전체의 과제다.
세일즈포스의 사례는 명확하다. AI는 이미 기업의 중심으로 들어왔다. “디지털 노동 혁명은 이미 시작되었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남은 것은 우리가 그 변화 속에서 어떤 기준을 세우고, 어떤 가치를 지킬 것인가다. 기술은 충분히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문제는 사회가 얼마나 성찰적으로 따라가느냐다.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