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dit is a system whereby a person who can not pay gets another person who can not pay to guarantee that he can pay.”
“신용은 지불할 수 없는 사람이 지불할 수 있다는 보증을 위해 지불할 수 없는 다른 사람을 얻는    제도다.”
– 찰스 디킨스 Charles Dickens –

‘신용등급’은 신용평가회사가 개인별 금융거래 이력을 수집・분석해 점수화한 것으로 경제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지표이다. 우리나라의 신용점수는 상환이력정보, 현재부채수준, 신용거래기간과 같이 신용거래와 관련된 지표를 반영하여 산출된다. 이렇게 정해진 개인 신용 등급은 금융 회사에서 개인 고객에게 금융 거래 시 대출 여부, 한도, 적용 금리 등을 정할 때 참고 자료로 쓰인다.

인공지능이 발전하면서 전통적인 신용등급의 산정과 이용에 큰 변화가 오고 있다. 이제는 한 사람의 신용 거래 내역뿐만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에서의 인맥 관계, 나이, 성별, 거주 지역과 같은 정보를 이용하여 점수화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단순히 금융거래 신용을 평가하는 것을 넘어서서, 사람의 생활 전체를 평가하는 일종의 ‘’시민 지수(Citizen Score)’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새로운 신용등급은 해외에서는 거대 IT 기업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알리바바의 산하 즈마신용(芝麻信用)은 온라인에서의 데이터 기반으로 점수 주고, 이에 따른 혜택을 준다. 신용점수가 높은 사람에게는 렌터카와 자전거를 대여할 때 보증금을 면제해주고, 여행 플랫폼에서 비자 없이 싱가포르를 입국할 수 있게 해준다.

일본의 제이스코어는 기본적으로 나이, 교육 수준 등을 통해 개인 신용 점수를 산출한다. 여기에 성격, 취미 등 추가 질문을 통해 소비 습관, 상환 태도 및 기타 특성 등을 확인해 보다 더 구체적으로 대출 신청자를 평가하게 된다. 이러한 방식은 당장의 수입이 많지 않지만 미래 소득이 기대되는 젊은 층들이 더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준다.

동남아시아와 인도 등 기존 금융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스마트폰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이용한 개인신용의 점수화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은행계좌가 없는 사람은 세계적으로 17억 명에 이르는데, 이들의 3분의 2는 휴대전화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에게 개인신용의 점수화는 금융기관에 측정하기 어려운 개인들의 정보를 제공하고 개인에게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신용등급이 주는 편리함과 경제적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이 사람을 평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

금융거래는 객관적인 평가가 가능하지만, 사회적 관계나 취미와 같이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될 여지가 많은 데이터로 평가가 가능할 것인가에 의문이 든다. 친구가 100명인 사람과 10명인 사람은 평가가 달라져야 하는가? 페이스북 댓글에 ‘좋아요’가 많은 사람은 믿을만한 사람인가?

또, 인공지능이 가지고 있는 차별과 편견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개인정보의 무차별한 사용으로 인한 기본권침해의 위험에 대한 시민단체의 경고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유럽의 정보보호기본법(GDPR)이 최근, 인공지능이 평가한 신용점수에 대해 그 당사자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사람이 포함된 평가위원회의 재심을 요구할 권리를 명문화한 것은 그러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자동화된 개인 평가로 인해 ‘버추얼 슬럼(virtual slum)’이라는 새로운 빈곤층이 출현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들도 있다. 미국의 딜로이트 토마스 컨설팅의 최근 발표자료에 따르면 2030년에는 주요 20개국에서 5억4천만명이 디지털 빈곤층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한다. 개인의 신용점수가 더 많은 분야에서 활용되고 공유된다면 점수가 낮은 이는 대부분의 서비스에서 배제되어 회생할 수 없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의 점수는 교우관계와 소셜네트워크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취직이나 연애와 같은 삶의 모든 부분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평가의 자동화는 그 편리함과 높은 효율성으로 더 많이 사용될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이 가지고 있는 잠재적인 위험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개인과 사회의 고민과 실천이 선행되어야 한다. 신뢰할 수 있는 알고리즘과 개인정보의 보호와 같은 것이 그러한 것들이다. 그런데, 문득 궁금해지는 것은 인공지능은 사람을 평가하는데, 사람은 어떻게 인공지능을 평가하느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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