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안전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법의 보호를 받는 우리는 법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우선 아래 사건을 우리가 법조인이 되어 이 사람의 죄는 무엇일까 예상해보자.
2015년 4월 30일, 저녁 8시경 조모씨는 본인의 형을 대동하고 물고기를 훔치려 양어장으로 향한다. 조모씨 일행은 양어장에서 물고기를 훔쳐 달아나려 할 때 양어장의 직원인 단모씨 외 3명에게 발각된다. 조모씨 일행이 물고기를 내팽개치고 도망가려 하자 단모씨 일행은 조모씨의 형을 우선 제압한다. 조모씨는 형을 구하기 위해 옆에 놓여있는 몽둥이로 단모씨의 머리를 가격한다. 가격감정센터에 의하면 이날 조모씨가 훔치려던 물고기는 44위안(한화 약 7,480원)이고, 사법검증센터의 검증에 의하면 단모씨의 상처는 경미상에 해당한다.
재판에서 범죄 사실이 인정이 되려면 우선 죄목을 확정해야 한다. 이 사건에서 조모씨의 죄목은 무엇일까? 물건을 훔치려 했으니 절도죄? 몽둥이로 상해를 입혔으니 상해죄? 사람을 때리고 타인의 재물을 갈취하려 했으니 강도죄? 이처럼 한 사건에 대해서도 적용될 수 있는 죄도 다양하기 때문에 딱 잘라 말하기 모호하다. 위 사건은 이번 기지과인의 주인공, 법률 인공지능 샤오바오(小包)의 실력 검증 단계에서 나오는 사건이다. 정확한 죄목은 아래에서 확인하도록 하자.
샤오바오(小包)는 형사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인공지능 법률 도우미이다. 샤오바오는 형사사건 전문 도우미답게 형사법은 물론이고 1997년부터 지금까지의 형사재판 판결문을 약 100만 개가량 학습했다. 샤오바오의 개발자 류쏴이펑(刘帅朋)은 형사사건은 경제, 인간의 자유, 인권 등에 대한 내용을 모두 포함하고 있기에 사람 법조인의 판단을 돕고자 샤오바오를 개발했다고 한다.
샤오바오는 확실히 사람 법조인의 일처리 효율을 향상시킬 것으로 보인다. 길고 긴 피고인들의 자료를 일일이 읽을 필요도 없고 판결 결과에 대한 예상도 높은 확률로 미리 얻어 참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법조인이 아닌 재판을 요청한 일반 사람들은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법률 인공지능으로 인해 법조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도 얻게 되는 도움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보면서 이번 대결을 살펴보길 바란다.
명경고현(明镜高悬)
형사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안건의 죄목을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고 그 다음은 형량을 측정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샤오바오의 검증은 두 차례 이루어진다. 첫 번째는 인턴 변호사들과 안건의 죄목을 판단하는 대결을 통해, 두 번째는 베테랑 변호인들과 형량을 측정하는 대결을 통해서 검증을 거친다. 검증에 필요한 실례를 제시하고 평가할 심사위원은 중국 정법대학교 형사사법학원 부원장 짜오티엔홍(赵天红)교수이다.
위에서 소개한 물고기 도둑 조모씨의 사건에 대해 모두 생각해 보았는가?
정답은 강도죄이다. 짜오티엔홍(赵天红) 교수는 이 사건에서 조모씨가 만약 단순히 물고기만 훔치려 했거나 상해만을 입힌 사건이라면 형사법상 범죄에 해당되지는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타인의 재물을 훔치려다 실패하고 단모씨에게 폭력을 가했기 때문에 중국 형법 263조, 269조에 의거 전환형 강도죄에 해당된다고 한다.
첫 번째 검증 주제인 물고기 도둑 조모씨 사건은 인턴 변호사들과 샤오바오 모두 강도죄라는 결과를 내놓으면서 손쉽게 통과를 하게 된다. 두 번째 검증인 형량 측정은 첫 번째 검증인 죄목 확정보다 난이도가 훨씬 높다. 죄에 대한 처벌의 정도를 판단하는 것은 여러 방면을 고려해야 다음 때문이다. 예를 들면 자수를 했거나, 공훈을 세웠거나, 초범인지 등등 기계가 계산으로는 판단하기는 힘든 인간적인 요소가 형량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하지만 류쏴이펑은 샤오바오가 형기 측정 알고리즘 모델, 벌금 측정 알고리즘 모델을 모두 학습한 상태이기에 형량 측정도 자신 있다고 밝혔고 세 명의 전문 변호인 예용(叶勇), 창하이메이(常海梅), 자궈창(贾国昌)과 함께 두 번째 검증에 돌입한다. 두 번째 검증은 동영상을 보고 같이 생각해보자.
샤오바오와 세 명의 전문 변호인들의 죄목과 형량을 살펴보자. 죄목은 다들 비슷하게 유추해냈지만, 형량에 있어선 이견이 존재한다.
샤오바오: 서모씨의 죄목은 고의 살인죄, 왕모씨도 고의 살인죄, 각자 징역 9개월, 징역 7개월
예용: 서모씨의 죄목은 고의 상해죄, 왕모씨의 죄목은 고의 살인죄, 각자 징역 1년, 징역 1년.
창하이메이: 서모씨의 죄목은 고의 살인죄, 왕모씨는 서모씨와 공범으로 간주, 각자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자궈창: 서모씨의 죄목은 고의 살인죄, 왕모씨는 서모씨와 공범으로 간주, 각자 징역 5년, 간주 징역 3년
심사위원 짜오티엔홍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이번 안건에서 피고인 서모씨는 피해자를 차로 쳐 죽이려 했습니다. 물론 피해자 오모씨의 부탁으로 이뤄진 살인 행위이지만 아무리 본인의 생명을 빼앗아가는 것에 동의했다고 해도 중국의 형법에서는 이를 허락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서모씨는 고의 살인죄가 성립되고 왕모씨는 서모씨를 설득하고 오모씨의 살인을 부추겼으니 공범이 맞습니다.
고의 살인죄는 두 개의 양형의 폭이 존재합니다. 첫 번째 양형의 폭은 사형, 무기징역 혹은 10년 이상의 유기징역입니다. 두 번째 만약 사건의 정도가 약하다면 징역 3년 이상 10년 이하 입니다. 그런데 왜 창 변호사는 징역을 3년이 아닌 2년 구형했을까요? 사실 이 사건은 살인 미수사건이기에 법이 정한 한계 내에서 형량의 감형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샤오바오의 결론은 법이 정한 하한선을 넘어 징역 9개월을 구형하고 있습니다.”
법원의 실체 판결은 서모씨 고의 살인죄, 왕모씨 고의 살인죄, 각자 징역 3년 집행유예 3년, 징역 2년 집행유예 2년이다. 샤오바오가 이번 검증을 통과 하려면 실제 판결과 가장 가까워야 했지만 그렇지 못하고 오히려 가장 멀었기 때문에 “기계는 사람만 못하다(技不如人)”라는 결과로 검증이 마무리 된다.
미미이담(娓娓而谈)
“함께 재판을 받는 상대편이 엄청난 부자이거나 권력층이라면 공정한 판결을 받기 위해 인공지능 판사를 선택할 것 같아요.”
“인공지능 시대에 인간 판사로 살아남기의 비결은 ‘좋은 판결’에 있다. 인공지능에는 감정이 없다.”
법률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이를 바라보는 여러 시각이 존재한다. 사람 법조인보다 감정 없는 인공지능이 판결을 내리길 희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고 사람 법조인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는 걱정도 커지고 있다. 다음 주제를 가지고 법률 인공지능에 대해 말하고 있는 드래곤아이의 오피니언을 살펴보자.
이번 기지과인에서 소개된 샤오바오, 더 나아가 다른 법률 인공지능이 과연 도움이 될 것인가? 도움이 된다면 누구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인가?
‘재판 당사자 재판 결과 쉽게 수용 못해, 법조인 판단력에도 영향’
법률 인공지능을 법조인들의 입장에서만 바라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정작 중요한 부분은 판결을 내리는 법조인들이 아닌 판결을 기다리는 당사자들의 입장에서 이를 수용할 수 있을까 이다.
여태까지 인공지능의 도입은 사람의 업무를 간편화하기 위함이었다. 법률 인공지능이 수행하는 임무는 잘잘못을 따지고, 죄의 경중을 판단하여 적절한 처벌을 내리는 것으로 이는 한 사람 혹은 여러 사람들의 목숨과 인생에 직접적으로 이어진다. 만약 재판을 받거나 판결을 간절히 기다리는 입장에서, 법조인들의 업무 간편화를 위해서 태어난 인공지능이 판결을 내린다면 느낌이 어떠할까. 인공지능이 우리의 복잡다단한 상황을 모두 이해했다고 생각할까? 법률 인공지능은 판결을 내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5분이 채 되지 않는다. 단지 글자, 문장을 보고 규칙을 파악해서 내린, 답이 정해진 수학적 공식의 결과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인공지능은 감정이 없기 때문에 더욱 공정한 것이 아니라, 감정이 없기 때문에, 보호가 필요하고 섬세한 배경 이해가 필요한 사회적 약자들의 상황 같은 것은 전혀 고려할 수 없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법률 인공지능이 재판 전부를 맡는 것이 아니라 사람 법조인도 법률 인공지능이 도출해낸 결과를 재차 검토하면서 감정적 이해가 필요한 부분은 계속 개입하면 된다고 말한다. 바로 이 점이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법률 인공지능은 사람 법조인보다 훨씬 빨리 판결을 내리고 사람 법조인은 그것을 검토한다. 다르게 보면, 사람 법조인이 자신만의 판단을 내리기도 전에 인공지능의 판단을 보고 자연스럽게 그 결과에 치우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재판을 담당하는 법조인들이 ‘법률 인공지능의 판결에 따르면…’, 혹은 ‘법률 인공지능의 판결을 참고하여 내린 결론은…’, 이런 식으로 판결을 낸다면 어떨까. 사람 법조인이 법률 인공지능과 협업하는 것이 아니라 법률 인공지능에게 점점 기대게 되는 상황이 올까 두렵다.
‘재판 당사자 돈과 시간 절약, 담담하게 재판 결과 수용’
혹자는 법률 인공지능이 실제 재판에서 판결을 내린다면 이를 당사자가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법률 인공지능이 실제 재판에 쓰일 것이란 가정에만 집중할 필요가 없다. 법률 인공지능이 재판에 쓰이지 않은 상황을 가정해보자. 인공지능이 당사자와 법률 상담을 할 때 예상 판결 결과, 승소 가능성, 형량 등을 미리 알려주면 어떨까? 더 나아가 당사자의 승소율을 높일 수 있도록, 당사자에게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필요한 추가 자료를 준비하라고 한다면 어떨까?
“2018년 사법연감을 살펴보면 작년 한 해 동안 민사사건만 482만 6944건이 일어났다. 이 사건들 중 나 홀로 소송을 진행한 사람이 60~80%에 육박한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실로 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도움 없이 소송에 임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위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 이미 많은 사람들이 비대면 법률 상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시간과 돈을 따져보면 사람 변호사와 상담하는 것이 더 이상 메리트가 없는 것이다. 법률 인공지능은 빠르게 사건에 대한 판단을 하기 때문에 당사자들은 오랜 시간을 기다릴 필요도 없고, 상담 수수료는 사람 변호사와는 비교도 안 되게 적을 것이다. 또한, 24시간 운영될 수 있으니 접근성도 훨씬 편리하다.
법률 상담을 받고 소송 준비를 하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공정성일 것이다. 사실 이 공정성은 본인들이 원하는 결과에 따라 달린다. 원하는 재판 결과가 나오면 공정하다 여길 것이고, 반대면 불공정하다 여길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공정성 여부의 책임을 대부분 재판을 담당한 법조인들에게 돌린다. 아무리 그 과정이 공정하다 하더라도 사람 변호사, 판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감정이 재판에 방해를 했을 것이라고, 따라서 공정하지 않다고 원망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률 인공지능이 이 과정을 시뮬레이션 한 결과를 보여준다면 어떨까. 사람도 아닌, 그래서 감정도 없는 냉철한 기계가 내린 결과에 대해서도 본인이 기대한 결과와 다를 경우 똑같이 원망하며 억울함을 느낄까. 물론, 기계라서 정확하지 않다고 불만을 가지는 사람이 있어도 기계가 나에게 불리하게 판단을 내렸다고는 말하지 못할 것이다.
인공지능이 내린 판결 결과 예상에 만족하지 못한 당사자들이 실제 재판에서도 비슷한 판결을 받는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세상에는 내 편이 없다면서 모든 것을 부정해버릴까. 감정이 없는 기계도, 감정이 있는 사람도 비슷한 결과를 내렸으니 이 결과가 최선이구나 하며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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