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의 네 번째 주제는 최근 많은 진전을 보이고 있는 안면인식의 한계를 보완해주는 걸음 인식이다. 이 기술은 영화 <미션 임파서블> 속 장면에서 이미 선을 보였다. 영화 속의 인물은 보안 시스템을 통과하기 위해 출입이 허가된 사람의 얼굴을 완벽히 본뜬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걸음걸이가 달라서 시스템에 의해 들통이 난다.

주의 깊게 보지 않으면 사람들의 걸음걸이는 다 비슷해 보인다. 더구나 다른 사람의 걸음걸이까지 주목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지만 걸음도 지문이나 다른 생체 특성처럼 사람마다 다른 특징을 가진다. 걸음걸이인식 인공지능은 사람들이 육안으로 구별해낼 수 없는 미세한 부분까지 관찰하고 체계적으로 수치화하여 그 차이를 통해 사람을 구별한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매의 눈을 가진 “은하수적(银河水滴)”과 “국제 기억력 대회(World Memory Championship)”의 대가이자 세부적인 관찰에 특화된 “위엔멍(袁梦)”과 걸음걸이 인식 대결을 펼친다. “웨트릭스(Watrix)” 회사의 걸음걸이 인식 연구팀 책임자 “황용쩐(黄永祯)”은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 미세한 부분에 집중하여 사람 걸음걸이의 특징을 구분했다. 키, 덩치, 보폭, 걸음걸이 빈도수와 같은 기본적 정보뿐만 아니라 사람의 얼굴 모양, 헤어스타일, 어깨의 움직임, 등의 굽음 정도까지도 참고하였다. 즉, 사람 체형 전체 근육의 움직임을 파악하여 걸음걸이를 인식한다.

거일삼반(擧一三反)

대결에 앞서 은하수적은 사람 1만 명을 학습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CCTV 속에 등장한 얼굴이 보이지 않는 남성의 걸음걸이를 분석한 뒤 10명의 남성 중 그 남성을 단번에 찾아내며 패널들 앞에서 그 역량을 드러내었다.

흥미롭게도 이번 대결은 사람의 걸음걸이를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개의 걸음걸이를 인식하는 것으로 은하수적을 개발한 황용쩐과 위엔멍 모두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주로 사람 걸음걸이를 학습한 은하수적은 개에 대한 데이터는 고작 8마리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 또한 근육의 움직임을 통해 걷기 때문에 사람 데이터만으로 충분히 분석할 수 있다고 했고 이에 네 명의 패널 중 한 명만이 “인공지능이 아직 사람만 못하다(技不如人)”를 선택했다.

대결 방식은 21마리의 개의 목에 번호표를 단 후 한 마리씩 스튜디오를 돌게 하여 은하수적과 위엔멍에게 관찰할 시간을 준다. 이후 패널 세 명이 각각 무대 뒤편에서 임의로 한 마리를 골라 다시 스튜디오에 등장시키고 은하수적과 위엔멍은 그 개가 몇 번이었는지 맞히는 것이다. 은하수적은 사람의 걸음걸이를 인식할 때처럼 대상의 위치를 측정하고, 움직임 속에서 몸 전체 형상과 근육의 움직임을 파악했다. 반면 위엔멍은 개의 일부 특징(털, 색, 표정, 귀의 모양 등)을 집중 공략하는 방법을 취했다.

첫 번째 대결은 은하수적과 위엔멍 둘 다 별 어려움 없이 정답을 맞혔다. 이에 두 번째 대결에서는 보다 특징이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개를 신중하게 선택했다. 은하수적은 역시나 걸음걸이를 단번에 포착하여 정답을 맞혔고 위엔멍은 범위를 두 마리까지 좁혔지만 정답을 맞히는 데는 실패하였다.

마지막 대결은 난이도를 더 높였다. 스튜디오에는 스크린이 설치되었고, 은하수적과 위엔멍은 오직 실루엣으로만 판단을 해야 했다. 이는 직접적인 관찰 요소를 모두 차단한 방식으로 위엔멍은 정확한 크기를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개의 털 모양을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 스크린은 위엔멍씨 뿐 만 아니라 은하수적에게도 난점으로 작용했다. 강아지를 끌고 다니는 사람으로 인해 시스템이 개의 움직임을 파악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이다. 결국 마지막 대결에서는 은하수적만이 정답을 맞히며 세 번의 대결 모두 통과하였다.

사람의 모델을 학습시켰지만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른 객체에도 적용하는 것을 전환 학습이라고 한다. 은하수적은 이러한 전환 학습 성공률이 70%로 상당히 높은 정확성을 보인다. 대결에서도 은하수적은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개의 데이터는 8마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본래 학습했던 사람데이터와 현장에서의 실시간 학습능력을 통해 그 우수성을 선보이며 다양한 분야로의 적용 가능성을 보여줬다.

기우(杞人忧天)

걸음 인식의 장점은 지문인식, 안면인식처럼 대상이 직접적인 참여나 접촉이 없어도 된다는 점이다. 사람의 얼굴이 가려지더라도, 뒷모습만 보이더라도 인식이 가능하기 때문에 보안 및 치안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술이며 Watrix 회사는 이미 체코, 러시아, 인도, 싱가포르의 보안업체들과 협약을 맺은 상태이다.

몇몇 사람들은 인식 기술과 관련하여 사생활 침해를 걱정한다. 보안 분야를 강화할 수 있다고 해서 나의 지문, 안면, 심지어 걸음걸이까지 관찰당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걸음걸이 인식의 적용분야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우리는 보안 분야를 뛰어넘어 미래를 위해 나무가 아닌 숲을 봐야 할 필요가 있다.

걸음걸이 인식은 사람 근육의 움직임을 분석하는 것으로 신체 상태 및 건강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나이가 들수록 관절이 약해지는 노인들, 재활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의 걸음걸이는 변하기 마련이다. 노인의 경우에는 걸음걸이를 분석하여 초기에 관절을 잘 관리할 수 있고 환자들 경우에는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호전되었는지 체크할 수 있다. 이외에도 요양원에서도 사용되어 노인들의 걸음걸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넘어지려 하는 순간 옆에 있는 간호인에게 신호를 주어 이를 방지할 수도 있다.

우리는 인공지능을 대할 때 더욱 능동적일 필요가 있다. 보안이나 치안 분야에서 아무리 좋다하더라도 인공지능에게 감시당할 수 없다는 피동적 태도보다는 우리가 스스로 만들어낸 인공지능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혜택을 더 많이 누려야 한다. 챙길 것은 챙기고 부작용에 대해서는 법규 및 제도를 만들어 관리해나간다면 인공지능의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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