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극비리에 북경을 방문했을 때 중국에서는 ‘조선’이나 ‘김정은’이라는 단어의인터넷 검색이 막혀 있었다. 중국의 CCTV와 AI 얼굴인식 기술은 특정 인물을 순식간에 추적할 수 있게 만든다. 이같은 철통 같은 보안 역량은 일상적인 감시와 통제가 가능한 중국의 두 얼굴을 보여준다. 인공지능과 첨단 IT 기술이 빅 브라더(Big Brother)의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지만 또 다른 IT 강국 인도는 차원을 달리한다.
‘아다르(Aadhaar)’는 인도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개인 생체 식별 시스템이다. 개인의 지문과 홍채, 얼굴 같은 생체 정보가 예외 없이 수집되고 관리된다. 13억 인구 가운데 이미 12억가까운 사람들이 이 시스템 안에 진입했다. 병원에서 태어난 신생아가 ‘아다르’에 등록하지 않으면 부모가 아이를 집으로 데려가지 못할 정도다. 인도는 세계 최대의 생체 데이터 보유 국가가 되었다. 물론 효율성과 경제성을 내세운다. 인도는 우리의 주민등록증 같은 제도가 없다. 생체 정보를 담은 12자리의 고유 번호가 신분증을 대신하고, 온갖 공공 서비스와 편의를 제공한다.
개인별 생체 고유 번호는 과거의 복잡했던 본인 인증 절차와 행정 처리 방식을 단순화했다. 생체의 특성상 신분 위조의 가능성을 차단해 탈세와 검은 돈의 관행을 없애고 투명 사회를 지향할 수 있게 하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생체 데이터가 한 곳에 모이고, 누구라도 개인 정보를 한 눈에 들여다 볼 수 있는 체계를 갖추었다는 게 문제다. 은행 계좌는 물론 출산과 육아 관련 수당, 연금, 휴대전화, 대중교통과 병원 이용, 학생들의 장학금이나 급식, 시험, 심지어는 미술대회 참가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고, ‘아다르’가 없다면 생활하기 어려울 정도가 되었다.
인도 정부는 이 시스템이 독립적인 기관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시스템의 악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권력의 속성은 감시와 통제의 유혹을 벗어날 수 없게 만든다. 권력이 사회를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정보의 독점과 집중만큼 좋은 시스템은 없다. 개인의 프라이버시 침해를 우려해야 하는 수준이 아니라 전체주의의 망령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인권 운동가들은 ‘아다르’가 인도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헌법을 위배한 것이라며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30여건의 관련 소송이 제기되었고,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치명적인 정보 유출의 위험도 현실이 되었다. 수백만 인도인들의 ‘아다르’ 고유 번호와 이름, 주소, 생년월일, 은행 계좌 같은 개인 정보 데이터가 210개 정부 웹사이트에서 빠져나간 정황이 드러났다. 또한 지문 정보를 도용한 ‘아다르’ 카드가 대량으로 발견되기도 했다. 구글을 검색하면 개인 정보를 쉽게 알 수 있는 허점도 드러났다.
중국의 인터넷 만리장성인 ‘그레이트 파이어월(Great firewall)’은 해외로 수출되고 있고, 미국 비자를 받으려면 5년간의 개인 소셜 미디어 계정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인공지능과 IT 기술은 편의성과 효율성을 극대화 한다. 하지만 이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때 개인의 사생활은 발가벗겨지고, 국가 권력에 의해 철저히 통제될 수 있다. 첨단의 이중성이다. 전례 없는 실험을 하고 있는 인도의 ‘아다르’에서 빅 브라더 사회를 연상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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