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CBS에서 방영된 ‘퍼슨 오브 인터레스트’는 9.11 테러이후 만들어진 거대한 초지능 감시 시스템을 이용하여 범죄를 예방하는 내용의 드라마이다. 드라마 속에서 시스템은 도시의 CCTV와 위성 등 네트워크에 연결된 기를 통해 사람과 사물을 인식하고 추적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준다.
주인공 해롤드 핀치는 오프닝 내레이션에서 “당신은 감시 당하고 있어. 정부는 사람들을 매 순간 훔쳐볼 수 있는 비밀 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난 알아. 내가 그 시스템을 만들었기 때문이야. 나는 그 기계를 테러행위를 추적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이제는 모든 것을 보고 있어.”라고 그 시스템의 전모를 밝힌다.
최근 언론을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낸 중국의 감시 시스템 ‘톈왕(天網)은 드라마 속의 장면을 생생하게 재현하였다. 중국은 전국의 2천만대 CCTV 감시망에 인공지능을 적용하여 안면인식과 GPS 위치 추적을 하고, 그 정보를 실시간으로 영상 속의 차량과 인물 위에 보여준다.
중국 관영 CCTV에 의하면 보안 카메라는 개개인을 식별하기 위해 인공지능으로 강화된 안면인식 기술을 사용한다. 특정인 나이, 성별, 그리고 옷 색깔 등의 정보는 실시간으로 인물 위에 중첩되어 보여진다. 이 시스템은 모델과 색상 정보를 통해 자동차의 식별도 가능하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톈왕’이 중국 정부의 데이터베이스와 연동이 되기 때문이다. 중국인은 16세가 되면 사진이 포함된 국가 신분증을 발급받게 된다. 신상 정보를 포함한 모든 개인의 이력이 데이터베이스로 관리된다. 관련 정보는 국가 범죄 정보 시스템과 연계되어 특정인이 수배자 혹은 범죄 혐의자로 밝혀질 경우 경찰과 수사기관으로 통보하게 된다.
중국은 전국적인 범죄 감시 시스템 ‘톈왕’을 2005년부터 구축하기 시작하였다. 그 이후 몇 번에 걸친 업그레이드가 있었고 2015년에는 마침내 베이징 전지역을 대상으로 하는데 성공하였다. 중국 관영 CCTV는 다큐멘터리에서 “중국이 세계 최대의 영상 감시 시스템 톈왕을 완성해 국민 안전을 수호하는 ‘눈’역할을 하고 있다”고 그 성과를 자랑하고 나섰다.
중국정부의 자화자찬에도 불구하고, 톈왕이 새롭게 도입된 기술의 잘못된 사용과 그로 인한 개인의 사생활 침해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센젠에서 안면인식 기술은 도로 무단횡단자를 식별하는데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베이징에 있는 한 사찰에서는 화장실에서 사용자의 얼굴을 스캔하여 같은 사람이 10분 이내에는 화장지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톈왕’이 전체주의의 악몽을 불러 일으키는 것은 중국정부가 2015년부터 구축하고 있는 새로운 “사회신용평가시스템”과의 연계 가능성 때문이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의 가족, 학력, 소비실태, 온라인 활동 등 모든 것을 종합하여 개인별로 지수를 매기고 관리하는 시스템은 사회 통제의 궁극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시민지수(Citizen Score)”로 알려진 점수는 소셜 미디어상의 친구가 정부를 비난하거나, 특정한 비디오 게임을 구매하거나, 정부의 허락없이 정치적 발언을 포스팅 하는 행위를 할 때 떨어지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시간 영상감시 시스템 “톈왕”과 개인의 모든 이력을 기록하고 평가하는 “사회신용평가시스템”의 결합이 가져올 미래는 ‘전체’만 있고 ‘개인’은 없는 조지 오웰의 <1984>가 그리고 있는 사회이다.
시진핑은 “모든 종류의 위험을 예측하고 방지하기 위한 사회 통치의 혁신”의 첫 걸음이라고 그 의미를 강조하고 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천망회회 소이불실(天網恢恢 疏而不失)”라고 하였다. 하늘의 그물은 크고 넓어 엉성해 보이지만, 결코 그 그물을 빠져나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중국 정부는 모든 국민들을 아무도 벗어나지 못하는 ‘하늘의 그물’에 가두고 싶은 것일까? 그들이 ‘하늘’이 되려고 하는 것일까? 그 ‘하늘’ 밑에 사는 사람들은 행복할까?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