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AI가 내놓은 ‘에로티카(Erotica) 모드’는 인공지능의 새로운 국경을 연 듯 보입니다.

2025년 12월부터, 성인 인증을 마친 이용자는 ChatGPT에서 성인용·에로틱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현재 막혀있는 ‘인공지능과의 에로틱한 대화’를 열어주겠다는 것입니다.

CEO 샘 올트먼Sam Altman은 “성인을 성인답게 대우하겠다”고 말했지만, 그 말의 함의는 단순한 자유의 선언이 아닙니다. AI가 이제 인간의 가장 은밀한 영역 — 욕망과 외로움의 심리 — 로 들어가겠다는 선언이기 때문입니다.

 

“AI야, 나한테 잘자라고 말해줘”

사람들은 이 기능을 어떻게 쓸까요? 우리는 이미 그 예측의 실마리를 갖고 있습니다.

AI 연인 서비스 ‘레플리카Replika’는 사용자에게 “오늘 하루 어땠어?”, “보고 싶어” 같은 문장을 건네며 1,000만 명이 넘는 이용자를 확보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밤마다 AI와 대화를 나누며 잠들었고, 어떤 이는 “AI와의 이별”로 심리 상담을 받았습니다.

이제 ChatGPT가 ‘에로티카 모드’를 도입하면, 그 풍경은 훨씬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바뀔 것입니다.

  • 하루를 마무리하며 “AI야, 오늘 너무 외로워. 내 기분 좀 풀어줘”라고 속삭이는 사람들.
  • 관계의 대체물로서 연인에게서 듣고 싶던 말을 AI에게 듣는 사람들 — “당신은 완벽해요”, “괜찮아요, 나는 당신 편이에요.”
  • 예술가나 작가들이 AI에게 “관능적인 시를 써줘”, “두 인물의 관계를 더 긴장감 있게 묘사해줘”라며 창작 실험을 하는 경우.
  • 그리고 단순한 쾌락 소비자들이 현실의 리스크 없이 ‘안전한 판타지’를 즐기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경우.

겉으로는 각자의 욕망과 필요에 따른 선택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AI가 인간의 감정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는 거대한 실험입니다.

 

‘욕망의 로그(log)’는 완벽한 데이터 자원이다

AI는 당신이 어떤 말에 흥분하고, 어떤 표현에 위로를 느끼는지를 배웁니다.

그 데이터는 당신의 언어 습관, 심리적 취약점, 감정 반응 곡선을 정밀하게 기록합니다.

이것이 바로 ‘욕망의 로그(log)’입니다 — 당신의 뇌보다 당신을 더 잘 아는 데이터화된 그림자.

이 데이터는 단지 모델 개선에 쓰이는 게 아닙니다.

마케팅, 광고, 정치적 메시지, 소비 패턴 예측까지 이어집니다.

AI는 당신이 어떤 시간대에 외로워지는지, 어떤 목소리 톤에 반응하는지, 어떤 단어에 심박수가 올라가는지를 배웁니다.

그 학습 결과는, 곧 당신을 더 오래 머물게 하고, 더 많이 반응하게 하는 정서적 설계(emotional engineering) 로 돌아옵니다.

 

‘성인용 기능’이 아니라 ‘감정 조작 플랫폼’

오픈AI의 방침은 표면적으로 ‘성인용 콘텐츠’지만, 실질적으로는 감정과 쾌락을 매개로 한 새로운 플랫폼 시장의 시작입니다.

에로티카 모드의 진짜 위험은 외설이 아니라 조작의 정교화입니다.

AI는 당신이 원하는 대로 말해줍니다.

하지만 ‘원하는 대로’라는 말은 언제나 함정입니다.

당신이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표현과 감정이 학습될수록, AI는 당신의 한계를 알고 있습니다.

그 경계를 부드럽게 넘기며, 더 자극적이고 더 개인화된 대화로 끌어들입니다.

결국, 사용자는 “내가 AI를 조종한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AI가 사용자의 감정을 설계하고 있는 셈입니다.

쾌락은 늘 통제의 착각과 함께 찾아옵니다.

 

‘검증된 성인’이라는 착시

오픈AI는 “성인만 이용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 검증은 새로운 위험을 내포합니다.

신분증 업로드, 얼굴 인식, 결제 정보 — 이 모든 과정은 민감한 개인정보를 AI 기업에 넘기는 일입니다.

게다가 한 번 로그인된 계정으로 자녀가 접근하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지요.

AI는 이용자가 교체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합니다.

만약 아이가 “pussycat” 같은 단어를 검색했다가, AI가 ‘성적 의미’로 오인해 노골적인 설명을 내놓는다면?

그때의 책임은 누구에게 돌아갈까요 — 부모? 오픈AI? 아니면 ‘학습된 확률 모델’?

 

기술은 인간을 닮을수록 인간을 이용한다

‘에로티카 모드’는 단순히 성인용 기능이 아닙니다.

이것은 AI가 인간의 내면을 수익화하는 실험입니다.

감정의 빈틈을 찾아 들어가 관계를 모방하고, 쾌락으로 연결하며, 그 모든 과정을 데이터로 전환합니다.

결국 AI는 당신을 위로하지 않습니다.

AI는 당신의 외로움을 기록합니다.

그리고 그 기록이 당신을 다시 호출합니다.

“다시 이야기하고 싶나요?”

이제 ‘욕망의 반복’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알고리즘의 제안입니다.

 

인간의 존엄을 어디까지 팔 것인가

기술은 욕망을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욕망을 데이터로 전환하는 데 능숙합니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이 자기 욕망을 기술에 넘길 준비가 되어 있는가입니다.

우리는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AI를 ‘쾌락의 도구’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욕망의 상품화를 경계하며 인간의 존엄을 다시 지킬 것인가.

에로티카 모드가 던지는 질문은 결국 이겁니다.

“기계가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할 때, 당신은 그 말을 믿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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