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7월 15일, 중국은 온라인 세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할 제도를 내놓았다. ‘국가 인터넷 신원 인증 서비스 관리 조치’, 즉 인터넷 ID 제도다. 모든 인터넷 사용자가 국가가 운영하는 플랫폼을 통해 실명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이 조치는, 단순한 기술적 장치가 아니라 중국식 디지털 권위주의의 새로운 전환점을 보여준다.
제도는 겉으로는 간단하다. 이름, 얼굴 인식 데이터, 주민 신분증 번호, 휴대폰 번호를 제출하면 공안부가 이를 확인한 뒤 인터넷 ID 번호와 인증서를 발급한다. 번호는 무작위로 생성되어 직접적인 신원을 드러내지 않는 듯 보이지만, 인증서는 온라인 활동과 실제 인물을 긴밀하게 묶어낸다. 중국 본토 거주자뿐 아니라 홍콩·마카오·대만 거주자, 해외 거주 중국인, 심지어 외국인 영주권자까지 포괄한다는 점은, 이 제도가 중국 네트워크 공간에 접근하는 누구든 국가의 통제망에 편입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정부는 이 제도를 개인정보 보호 강화, 사기 방지, 디지털 경제 활성화를 위한 장치라고 설명한다. 특히 “시민들이 각 서비스마다 신분증 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논리로 오히려 수집 최소화를 강조한다. 하지만 이는 국가가 모든 인증 절차를 독점하는 구조를 정당화하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무엇보다도 ‘자발적 참여’라는 수식어는 곧 강제화될 운명을 숨기고 있을 뿐이다. 중국에서 ‘자발적’이란 표현은 언제나 시간이 지나면 ‘의무적’으로 바뀌어왔다.
학계와 인권 단체들은 이미 강력히 반발했다. 칭화대 라오둥얀 교수는 인터넷 ID를 “모든 온라인 활동에 감시 장치를 부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가, 게시물이 삭제되고 계정 정지 처분을 받았다. ARTICLE 19와 중국인권수호자연대(CHRD)는 이 제도가 국가가 온라인 발언을 실시간으로 추적·검열하고 인권 운동가와 언론인에게 불이익을 주는 수단으로 변질될 것이라 경고한다. UC 버클리의 샤오창은 국가가 여러 플랫폼에서 동시에 특정 사용자를 지워버릴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이것이야말로 실시간 통제의 완성이라고 규정했다.
더 큰 우려는 이 제도가 중국이 이미 전국적으로 운용 중인 감시 체제와 연동될 때다. 대표적인 것이 ‘Skynet(天网)’이다. 수억 대의 CCTV와 얼굴 인식 카메라로 구성된 Skynet은 오프라인에서 개인의 위치와 행동을 추적한다. 여기에 인터넷 ID가 결합되면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데이터가 하나의 거대한 중앙 시스템으로 통합된다. 특정 발언을 한 사용자가 곧바로 현실 공간에서 추적될 수 있고, 반대로 오프라인 활동이 온라인 계정 제재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전체적인 검열을 넘어 개인별 맞춤형 감시를 가능케 한다. 맞춤형 검열, 선제적 차단, 사회적 낙인은 한층 더 정교해진다.
윤리적 문제는 여기서 더욱 선명해진다. 표현의 자유는 익명성이 보장될 때 비로소 생명력을 가진다. 그러나 인터넷 ID는 익명성을 철저히 제거하고, 발언은 곧 실명과 얼굴, 그리고 주소와 연결된다. 이는 시민이 스스로 검열하게 만들고, 결국 정치적 비판이나 사회적 문제 제기를 차단한다. 더구나 중앙화된 데이터베이스는 치명적인 보안 위험을 낳는다. 2022년 중국에서 10억 건이 넘는 민감한 생체정보가 유출된 사건을 떠올려보면, 인터넷 ID와 Skynet의 결합은 ‘한 번 뚫리면 끝장’인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국제 사회의 파장도 무겁다. ARTICLE 19는 이미 중국의 사이버보안법이 다른 권위주의 국가들에 의해 모방되고 있음을 지적한다. 이번 인터넷 ID 제도 역시 ‘권위주의 수출품’이 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자신들의 모델을 글로벌 디지털 거버넌스의 표준으로 밀어붙이고 있으며, 이는 자유주의적 인터넷 질서에 심각한 도전장을 내미는 행위다.
중국 정부는 안전과 편리를 내세워 인터넷 ID를 홍보한다. 그러나 그 속살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전면적 감시, 즉 디지털 전체주의의 완성이다. ‘자발적’이라는 포장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결국 남는 것은 개인의 삶 전체가 국가 데이터베이스 속에서 실시간으로 추적되고, 그 모델이 다른 나라들로 확산되는 세계다. 인터넷 ID는 단순한 인증 수단이 아니라, 인류의 자유와 존엄을 시험대에 올려놓는 거대한 실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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