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라이브 스트리밍과 화상 채팅이 아이들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영국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아동학대방지를 위한 단체인 NSPCC(National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Children)가 영국의 7세에서 16세의 아이들 40,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네 명 중 한 명이 일상적으로 인터넷 생방송과 화상채팅 서비스에 접속하고 있으며, 특히 화상채팅을 한 아이들 가운데 10명 중 한 명은 옷을 벗으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말했다.

화상채팅을 한 아이들 가운데 8명중 한 명은 채팅을 한 대상이 자신이 전혀 알지 못하는 낯선 사람이었다고 말했다. 아이를 노리는 범죄자나 소애성애자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초등학생의 경우 25%가 인터넷 라이브 스트리밍에 접속했으며, 이 가운데 8%는 인터넷 생방송의 화상 속 상대방이 반나체 상태였다는 답변을 했다. 조사에서 한 여자 아이는 라이브 스트리밍에 접속한 친구가 성인 남자의 요청을 받고 자신의 몸을 보여주었다고 했고, 또 다른 여자 아이는 화상채팅에서 남자 어른이 옷을 벗은 채 자신의 은밀한 부위를 만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아이들의 벗은 몸을 사진이나 영상으로 남기고 이를 협박 수단으로 삼아 노예처럼 부리며 돈을 빼앗거나 성 관계를 맺고 심지어 성매매를 강요하는 일까지 벌어지기도 한다. 성적 호기심과 더불어 아직 사리분별 능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아이들이 성 범죄에 노출 돼 자칫 치유하기 힘든 치명적 상처를 안게 될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비단 영국만이 아니다. 한국에서도 실시간 영상 채팅 앱은 아이들과 청소년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스마트폰 앱 스토어에는 성인 인증 절차가 아예 없거나 극히 형식적인 화상채팅 앱들이 넘쳐난다.

국내에서는 아직 아이들의 라이브 스트리밍이나 화상채팅 실태에 대한 구체적인 조사 결과는 나와있지 않다. 다만 여성가족부의 조사에서 조건만남 경험 청소년 10명 중 7명이 채팅앱과 채팅사이트로 상대를 만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피해를 당했어도 주변에 도움 요청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사람들이 알게 되거나 자신이 처벌받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의 소통 방식은 이미 SNS나 화상채팅으로 바뀌었다. 가상 공간에서 만남이 이루어지면서 이제는 부모가 아이들의 친구가 누구인지, 아이가 누구와 자주 접촉하는지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세상이 되었다. 미국의 비영리 단체인 커먼센스 미디어(Common Sense Media)가 미국의 만 13세에서 17세 청소년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응답자의 3분의 2가 선호하는 소통 방식으로 SNS와 화상채팅 등 ‘온라인’을 꼽았다. 이것은 아이들을 건강하게 돌보아야 하는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들 관리에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네트워크 전문업체인 시스코(Cisco)는 인터넷에서 비디오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0에는 전체 트래픽의 8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만 하더라도 전체 인구의 4분의 3 가량인 4억 5천만명이 인터넷 생방송 이용자들이다. 인터넷과 결합한 영상이 일상적인 생활 그 자체가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이면이다. 아이들이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괴롭힙과 성적 학대의 수렁에 빠지게 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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