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영국 BBC 뉴스는 “코로나바이러스: 온라인에서 사라진 아이들에게 드리운 공포”는 기사를 보도했다. 스코틀랜드 학교가 폐쇄되어 있는 동안 온라인 학습의 채널이 되었던 학습 포털 글로우(GLOW)에 접속하지 않은 학생이 1/4을 넘는다는 것이다. 지난 3월 학교가 문을 닫은 시점에는 41만 명의 학생이 글로우에 접속을 했지만 5월에는 그 수가 6만 명 이상 감소했고 그런 추세는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접속자 수의 감소가 온라인 학습에서 배움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아이가 늘어나는 것을 의미한다고 우려한다. 더 심각하게 보는 것은 그 데이터가 아이들이 로그인했는지 만 알려줄 뿐, 우리가 그들이 무엇을 했는지 전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8월 신학기를 앞두고 더 많은 대면교육을 요구하는 학부모 단체 “Better than this”의 대변인은 그런 우려를 잘 보여준다. 그는 “끔찍한 진실은 아무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다.” 면서, “학습포탈(Glow) 네트워크에 로그인 하는 것은 학습이 완료되었다는 증가가 아니다”고 대책을 요구했다.

스코틀랜드 교육당국은 여름 방학 이후 학교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키기 위해, 혼합형 학습(blended learning) 모델로의 전환을 예정하고 있다. 학생들은 일반 교실 학습, 온라인 학습, 과제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 교육을 병행해서 받게 되는 것이다.

학부모 단체들이 우려하는 것은 온라인 학습의 효과가 검증되기도 전에 그것을 확대하는 것과, 학교와 가정이 그런 교육에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스코틀랜드 전국학부모포럼(National Parent Forum of Scotland)이 주관한 줌화상회의 참여자 4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2%가 자녀의 학교에서 온라인 수업을 받은 적이 없다고 답했다. 또 다른 학부모 조직 Connect의 이사는 7천여 명이 응답한 설문 조사의 결과를 “인터넷 접속이 없거나 제한적인 것, 적합한 기기나 낯선 플랫폼의 부족, 어린이(및 학부모)는 온라인 학습에 익숙하지 않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로 요약한다.

스코틀랜드 제1부 장관, 잭 매코넬은 학교에 혼합학습을 도입할 계획을 철회하고, 8월 한 달간 다양한 선택지를 마련해야 한다고 B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그는 현재 교육이 심각한 위기 상황에 있고 비상 경제 대책에 준하는 ‘비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 사회도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오랫동안 닫혔던 학교 문이 열리고 아이들은 학습현장으로 돌아갔다. 그렇지만, 돌아간 아이와 부모는 ‘돌아갔음’을 실감하지 못한다. 짧아진 수업 시간과 휴식시간, 격주제 혹은 징검다리 등교… 오히려 혼란은 더 가중되고 있다.

그런 혼란 속에 정작 우리가 놓치고 있는 중요한 문제가 있다. 아이들은 지금 제대로 배우고 있느냐는 것이다. 온라인 개학이 진행되는 동안, 학교도 아이들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된 온라인 학습이 과연 효과가 있는 지를 따질 여유가 없었다. 개학을 한 지금은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지에 대해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

교육부도 학교도, 목소리 높이던 학부모 단체들은 약속이나 한 듯 입을 닫고 있다. 부모들의 침묵 속에서 아이들의 시간은 지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우리는 20년 혹은 30년 후에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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