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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위기 혹은 종말은 더 이상 새롭거나 특별한 것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한 동안 기술과 학문의 발전을 선도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함으로써 사회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대학은 자신을 되돌아보는 데는 인색했다. 그 결과 대학은 빠른 사회의 변화에서 뒤처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존립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제 대학은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면서 동시에 디지털 전환기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나가는 과정으로, 신세대인 디지털 네이티브의 요구와 학생들의 미래 고용주가 원하는 것을 만족시키기 위한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블록체인 네트워크부터 컴퓨터 시뮬레이션,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활용해서 전문가들이 대학 교육의 미래를 만들어갈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곳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MIT는 혁신 교육을 실험하기 위한 교수진을 영입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의 기금을 마련했고, 일부 대학은 혁신적인 랩의 연합체를 구성하여 공동실험을 하고 있다.
뉴욕타임즈지의 2월 20일자 기사(How Technology Is Changing the Future of Higher Education)는 위기의 대학이 미래를 위해 어떤 실험들을 하고 있는 지를 보여준다.
월 회원제로 가입하는 대학
대학 혁신 실험 중의 하나는 학생들이 교육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의 변화이다. 지금까지 대학은 대부분 매 학기마다 등록을 하고 3~4년 동안 학생의 신분을 유지해왔다. 새로운 방식은 매 월 필요한 만큼 강좌를 듣는 것이다. 마치 온라인 서비스의 회원으로 가입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학생들은 한 달에 한 번씩 비용을 지불하면 강의와 상담 등 원하는 코스를 수강할 수 있다.
조지아 공과대학은 그런 형식의 모델을 실험하는 곳 중의 하나이다. 회원으로 등록을 하면 멘토와 조언자로 구성된 세계적인 네트워크에 접속하여,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거나 학습의 진행에 대한 피드백을 얻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보이시주립대학(Boise State)은 이미 이 개념을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교육을 위한 패스포트의 비용은 6학점은 한 달에 월 425달러, 온라인 학사과정 2개 중 1개에서 9학점은 월 525달러이다. 이는 주내의 인당 등록금보다 30% 저렴한 수준이다. 매달 지불하는 방식은 학생들이 교육을 더 빨리 이수할 수 있게 하여, 대부분은 28개월 안에 졸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학교 관계자는 밝혔다.
이러한 월 단위 회원 가입제 모델은 최근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무크(MOOC)와 함께 고등교육에서 교육의 전달 방식과 지불 방식에 대한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인공지능이 가르치는 대학
인공지능은 학생들을 가르치고, 교수 활동과 행정 업무를 지원하는 등 고등교육에서 점차 역할을 확대해가고 있다.
조지아 공대는 제퍼디 쇼에서 이긴 IBM 왓슨 슈퍼컴퓨터 플랫폼에 구축된 질 왓슨이라는 가상 조교로 실험을 해왔다. 이 인공지능은 인간 조교와 함께 토론 포럼에서 질문에 답을 하는데, 학생들은 종종 그들 사이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교수는 이야기 한다. 더 많은 질 왓슨은 학생들이 대규모 또는 온라인 과정에서 마주치는 장애를 극복하도록 도울 수 있다. 이 대학은 2~5년 내에 실행 가능한 가상 튜터의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든 뉴햄프셔대학은 교육기업 피어슨과 협력하여 인공지능 채점 시스템을 시험하고 있다. 반스앤노블 교육은 이미 바틀비 라이트(bartleby write)라고 불리는 인공지능 작문 툴을 가지고 있다. 허만 멜빌(Herman Melville)의 단편 소설에 나오는 점원의 이름을 딴 그 툴은 문법, 구두점, 철자를 교정하고, 표절을 검색하며 인용구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애리조나 주립대학에서 인공지능은 온라인 학생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징후를 관찰하고, 그들의 학업 조언자에게 알리기 위해 이용되고 있다.
앞으로 닥칠 일의 또 다른 선구자는 뉴욕 북부 허드슨 강 근처의 언덕에 있다. 15피트 높이의 벽과 360도 투사 시스템을 갖춘 몰입 연구소가 렌셀라어 폴리테크닉 연구소의 언어 학생들을 가상의 중국으로 보내고 있다. 학생들은 컴퓨터로 만들어진 중국의 거리, 시장, 식당 및 기타 장면을 배경으로 그들의 말 뿐만 아니라 몸짓과 표현을 인식할 수 있는 인공지능 아바타와 대화하면서 중국어를 배운다. “몰입 실험실의 학생들은 기존의 교실에서의 다른 학생들보다 약 두 배 더 빨리 만다린(북경지역에서 사용되는 표준 중국어)을 마스터했다”고 렌셀라이어의 사장 셜리 앤 잭슨이 말했다.
인생증명서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실험은 성적증명서(Academic Transcript)를 대신할 “인생증명서(A transcript for Life)이다. 지금 까지 대학의 졸업장과 함께 주어지는 성적 증명서에는 과외 활동이나 일이나 군에서의 경력, 인턴 및 기타 관련 경험이 들어 있지 않다. 그리고 생물학 301이나 비교정치학 등 강좌 이름과 평가 등급만 기록되어 있고 학생들이 실제로 배운 것에 대해서는 거의 보여주지 못한다.
이런 형식의 성적 증명서는 “학습자, 학습 제공자, 고용주 모두 서로 연결되지 않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라고 스트라다대학의 미래연구소 최고 혁신 책임자인 미셀 와이즈(Michelle Weise)는 주장한다.
그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안된 것이 “상호운용 가능한 학습 기록(Interoperable Learning Record)” 또는 I.L.R.이다. 그것은 학생이 어떤 과정을 이수했고 무엇을 전공했는지 뿐만 아니라 아니라 그 사람이 배운 구체적인 스킬-고객서비스, 또는 프로젝트 관리-를 나열한다. 그리고 그들이 쌓아 온 다른 삶의 경험도 포함한다. 성적증명서가 아니라 학생의 인생전체를 기록하고 평가한 것이라는 의미이다.
이“디지털 흔적”은 학생의 예상 고용주와 공유하고 학생이 한 기관에서 얻은 학점을 다른 기관으로 쉽게 이전 할 수 있도록 학습자의 통제 하에 남아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학생들이 소위 스펙을 위해 혹은 전문기술을 얻기 위해 취득하는 수많은 자격증이 있지만, 크리덴셜 엔진(Credential Engine)이라는 비영리 단체의 작년 9월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대학, 전문대학 및 인력 교육 프로그램은 현재 최소 738,428 개의 고유 자격 증명을 수여하고 있다. 이런 다양한 자격을 표준화된 것으로 기술하는 것은 큰 과제이다.
성적표와 달리 I.L.R.s는 두 가지 방향으로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학생들은 자신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고용인을 찾기 위해 이를 사용할 수 있고, 고용주는 그들에게 필요한 기술과 역량을 갖춘 예비 고용자를 더 세밀하게 탐색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I.L.R의 의미는 이제는 단순히 고등교육을 이수했다는 기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학교 밖의 학습 경험과 삶 전체를 통해서 얻은 능력과 통찰이 더 중요해졌고, 디지털에 힘입어 그런 기록들이 축적되고 삶 속에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다.
아주 흥미롭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정말 세상이 변하고 있군요~
미래에는 등록금이 아닌 월 회원제로 돈을 학비를 내고 인공지능에게 가르침을 받으며 성적증명서 대신 인생 전체를 기록하고 평가한 인생증명서를 받게 된다니, 신기하네요! 특히, I.L.R 은 학생이 배운 구체적인 기록들을 포함하며, 일반 성적표와는 달리 학생이 고용인을 찾고, 고용주가 자신에게 필요한 예비 고용자에 대해 더 세밀하게 탐색할 수 있게 해주니 더 유용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