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의 한 중학교 교실에서 8학년 학생들이 AI 편곡 도구로 음악을 만듭니다. “AI가 드럼 비트를 정말 잘 넣어줘서 시간을 많이 아꼈다”는 말이 나옵니다. 어떤 학생은 더 솔직합니다. “우리는 지루한 음악 이론을 배울 필요가 없어요. AI가 아이디어를 음악으로 바로 만들어주니까요.”

처음엔 멋진 미래 수업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장면은 교육이 늘 고민해온 질문을 정면으로 꺼냅니다. 우리는 ‘빨리 결과를 만드는 법’을 가르치는 걸까요, 아니면 ‘왜 그런 결과가 나왔는지 이해하고 고치는 힘’을 기르는 걸까요.

중국의 일부 지역은 AI 교육을 초·중등 단계별로 구분해 밀어붙이는 분위기입니다. 초등은 ‘인지와 체험’, 중등은 ‘이해와 적용’을 강조한다는 식입니다. 이런 접근 자체는 자연스럽습니다. 아이들에게 AI를 “무서운 신기술”이 아니라 “다룰 수 있는 도구”로 익히게 할 수 있으니까요.

문제는 목표가 ‘도구 사용’에서 멈출 때 생깁니다. 학생의 말처럼 “이론은 지루하니 생략해도 된다”는 사고가 교실에 자리 잡는 순간, AI 교육은 지식 교육이 아니라 ‘지름길 훈련’이 됩니다. AI가 만들어준 비트가 좋다는 감탄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감탄이 곧바로 “그러니 우리는 배울 필요가 없다”로 넘어가면, 아이들이 얻는 것은 능력이 아니라 의존성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론’의 의미를 다시 보는 일입니다. 음악 이론은 외워야 하는 규칙이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왜 이 리듬이 어울리는지, 어디가 과한지, 무엇을 덜어내야 내 의도가 살아나는지를 말로 설명하고 스스로 수정할 수 있게 해주는 ‘판단의 언어’입니다. AI가 대신해준 결과물을 그대로 쓰는 것과, 그 결과물을 재료로 삼아 내 기준으로 고쳐 만드는 것은 완전히 다른 학습입니다.

AI 수업이 가장 쉽게 실패하는 방식은 간단합니다. “결과물이 빨리 나오니 성공”이라고 착각하는 것입니다. 생성 도구는 시작을 놀랍도록 쉽게 만들지만, 교육이 해야 할 일은 시작을 쉽게 해주는 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AI를 쓸수록 더 중요한 건 ‘검증’과 ‘수정’입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따져보고, 내 의도에 맞게 고치고, 남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과정이 곧 실력이고, 그 실력이 있어야 AI가 바뀌어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이 장면을 한국의 교실로 옮겨보면 갈림길이 더 선명해집니다. “AI로 수행평가를 더 잘 해내는 요령”이 학습이 될 것인가, 아니면 “AI가 만든 것을 비판적으로 읽고 내 언어로 다시 만드는 힘”이 학습이 될 것인가. 전자는 사교육 시장과 ‘비법’ 경쟁을 키울 가능성이 큽니다. 후자는 공교육이 지켜야 할 핵심 역량—읽기, 쓰기, 판단, 설명—을 강화합니다.

상하이의 교실이 보여주는 것은 기술의 미래가 아니라 교육의 선택입니다. AI가 ‘지루함을 없애주는 지름길’로 자리 잡을지, ‘생각의 책임을 더 무겁게 만드는 도구’로 자리 잡을지. 지금 우리가 가르쳐야 할 것은 버튼을 누르는 법이 아니라, 결과를 판단하고 고치는 힘입니다. AI가 잘해줄수록, 그 힘은 더 중요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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