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교실. 학생이 손을 들어 묻습니다.
“선생님, 이건 AI한테 물어보면 되잖아요?”
우리는 당황합니다. 그리고 동시에, 깨닫습니다.
AI를 어떻게 쓸 것인가보다 더 중요한 건, 우리는 왜 가르치는가에 대한 질문이라는 것을.
지금 학교는 거대한 기술적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학생들은 과제를 스스로 풀기보다 AI에게 물어보는 데 익숙해지고, 교사는 정답보다 질문을 더 잘 던져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AI는 교실에 이미 들어왔고, 앞으로 더 정교하게, 더 보편적으로 작동할 것입니다. 이 흐름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까요?
“AI를 수업에 쓸 수 있나?”라는 기술적 질문은 이제 충분히 답해졌습니다. 더 이상 중요한 질문은 아닙니다.
이제는 “왜 써야 하는가”, “언제 써야 하는가”, 그리고 더 근본적으로는
“교육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묻는 일이 남았습니다.
AI는 빠릅니다. 정확합니다. 유용합니다.
하지만 AI는 공감하지 않습니다.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혼란 속에서 함께 고민하지 않습니다.
교사는 학생이 왜 엉뚱한 대답을 했는지 유추합니다.
학습자의 맥락을 파악하고, 때로는 말보다 침묵 속에서 아이의 상태를 읽어냅니다.
교육이란, 지식의 주입이 아니라 ‘사람을 키우는 일’이라면—
우리는 AI가 할 수 없는 일을 중심에 두고 교육을 재구성해야 합니다.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도구입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종종 도구를 목적처럼 다루고 있습니다.
AI를 교실에 도입하는 이유가 “남들이 하니까”, “효율적이니까”가 되어선 안 됩니다.
기술 도입의 명분은 학생을 더 깊이 이해하고, 인간적인 학습을 가능하게 만드는가에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효율’이라는 명목으로 교육의 감각을 잃고 말 것입니다.
아이들이 AI가 던져준 답을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일 때, 그 안에서 생각하는 법을 잃게 되는 순간—
교육은 존재하지만 배움은 사라지는 교실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문 앞에 서 있습니다.
이 문을 열어야 할지, 잠가야 할지 고민할 때가 아닙니다.
우리가 할 일은, 그 문을 지나 어떤 공간을 만들 것인가에 대한 상상입니다.
AI가 함께 있는 교실, 그곳에서 인간 교사의 역할은 무엇일까?
기계가 줄 수 없는 경험, 질문, 관계는 어떻게 디자인할 수 있을까?
학생이 AI를 사용하는 법이 아니라, AI를 ‘어떻게 다뤄야 할 존재인지’ 스스로 성찰하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질문은 교사 혼자만의 몫이 아닙니다.
교육과 관련된 모든 이가 함께 고민해야 할, 공동의 질문입니다.
우리는 지금, 교육의 방향을 다시 설계해야 하는 시점에 있습니다.
지금이야말로, “가르친다는 것”의 본질을 다시 물어야 할 때입니다.
기술은 빠르게 진화합니다.
하지만 사람을 키우는 일은, 여전히 느리고, 어렵고, 인간적이어야 합니다.
그 느림과 인간성을, 우리가 포기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댓글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