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AI 교육을 둘러싼 풍경은 활기차 보입니다. 정부는 ‘AI 인재 양성’을 외치고, 학교는 챗GPT 수업을 도입하며, 기업은 직원 대상 AI 워크숍을 쏟아냅니다. 마치 모두가 ‘AI 리터러시’라는 이름 아래 같은 방향을 향해 달려가는 듯합니다.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우리는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지도, 왜 가르쳐야 하는지도 정확히 모른 채 ‘AI 교육’이라는 구호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정의되지 않은 리터러시, 정립되지 않은 교육입니다

AI 리터러시는 단순히 챗GPT를 잘 다루는 능력이 아닙니다. 기술을 넘어, AI가 사회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윤리적으로 판단하며, 필요하면 저항하거나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시민적 역량을 뜻합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 정의가 매우 불분명합니다.

  • 어떤 이는 리터러시를 ‘AI로 코딩하는 능력’으로 이해하고,
  • 또 다른 이는 ‘AI와 협업하는 소양’이라 말하며,
  • 어떤 교육은 그저 ‘챗GPT 팁 100가지’를 소개하는 데 그칩니다.

이처럼 사람마다, 기관마다, 산업마다 말하는 AI 리터러시가 전혀 다릅니다. 정의가 모호한 만큼, 교육의 방향성과 목표도 산만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 뒤처지는 교육입니다

AI 기술은 몇 달 만에 판을 바꿀 정도로 빠르게 진화합니다. 오늘 가르친 도구는 내일이면 구식이 되고, 오늘 만든 수업 자료는 다음 분기에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교사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얼마나 유효할지”에 대한 확신 없이 수업에 나서야 합니다.

이는 단순한 속도 차의 문제가 아닙니다. 교육자와 학습자 모두에게 교육 자체에 대한 무기력감을 불러일으킵니다. AI 리터러시 교육이 지속가능한 배움의 경험이 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측정할 수 없다면, 가르칠 수 없습니다

교육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기준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현재 AI 리터러시에는 신뢰할 만한 평가 도구가 없습니다. 대부분은 “AI를 잘 쓸 자신이 있나요?”와 같은 자기 보고형 설문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는 실제 능력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인식이나 태도를 측정하는 도구에 불과합니다.

최근 일부 연구진이 객관식 지식 평가 도구를 개발하였지만, AI 기술 자체가 워낙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무엇이 핵심 지식인지, 그 유효기간이 얼마나 되는지도 불확실합니다. 기술을 안다고 해서 윤리적 판단력이 함께 자라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AI 리터러시는 측정조차 어렵고, 따라서 교육 효과도 검증하기 어렵습니다.

정의도, 기준도 없는 교육 시장, 그리고 쏟아지는 ‘무늬만 AI 리터러시’입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 교육 시장은 정의보다 유행을, 성찰보다 수익을 쫓는 구조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 검색 상위권에는 ‘챗GPT 프롬프트 꿀팁’, ‘생성형 AI로 돈 버는 법’이 넘쳐나고,
  • 자격증 학원과 유튜브 강의는 ‘AI 리터러시 마스터 클래스’라는 이름을 앞다투어 사용하고 있으며,
  • 기업 연수는 AI 윤리나 사회적 영향보다는 실무 자동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 학교 현장조차도 앱 체험 중심 수업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AI 리터러시’는 공허한 유행어가 되어버렸습니다. 본래의 문제의식은 휘발되고, 시장에서 팔리는 것만 살아남습니다. 이로 인해 진정한 교육이 필요한 사람들은 오히려 더 멀어지고 있습니다.

‘누구나 가르칠 수 있다’는 착각이 위험합니다

AI 리터러시는 단순한 기술 교육이 아닙니다. 사회 구조,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 데이터의 편향성, 자동화의 윤리, 인간의 책임과 의사결정을 아우르는 복합적인 교육입니다.

그럼에도 지금은 “AI 툴을 써봤다”는 이유만으로 누구나 강사로 나서고 있습니다. 교육이라기보다는 경험담 공유나 실용 팁 전수가 주가 되는 ‘컨설팅형 강의’가 범람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진짜 교육자의 역할은 점점 위축되고 있습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기준입니다

AI 리터러시는 앞으로의 시민성과 깊이 맞닿아 있습니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다가가야 할지를 먼저 고민하지 않으면, 우리는 ‘AI 리터러시’라는 이름 아래 무지와 시장 논리를 재생산하게 됩니다.

  • 국가 차원의 개념 정립과 공동 평가 기준이 필요합니다.
  • 산업계 중심의 기능 교육을 시민사회적 균형으로 보완해야 합니다.
  • 교사와 교육자가 중심이 되어 철학, 윤리, 사회적 책임을 포괄하는 교육과정을 설계해야 합니다.
  • 특히 소외 계층에게는 단지 툴 사용법이 아니라, 기술과 사회를 바라보는 눈을 함께 길러주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정의되지 않은 리터러시, 책임 없는 교육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AI 리터러시는 지금까지 그 어느 교육보다도 정의하기 어렵고, 가르치기도 어렵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 신중하게, 더 책임 있게 다가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또 한 번,기술의 이름으로 무지와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교육을 반복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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