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봄, 앤트로픽은 무려 1백만 건의 학생-AI 대화를 분석했다.
결과는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학생들은 AI에게 가장 힘든 사고 과정을 맡기고 있었다.

574,740건의 교육 관련 대화 중,
• 39.8%는 ‘창조’ 작업,
• 30.2%는 ‘분석’ 작업이었다.
이는 블룸 텍소노미Bloom’s Taxonomy(교육 목표 분류학) 기준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사고 능력이다.
반면, 기초적인
• ’기억’은 1.8%,
’이해’는 10%에 불과했다.

이 말은, 학생들이 기초적 이해나 암기는 건너뛴 채,
AI에게 결과물만 ‘완성’시키는 데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무너진 ‘배움의 고통’ 공동체

이와 같은 데이터는 침묵의 강의실(The Silent Classroom)이 보여주는 현실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한때 대학 캠퍼스에는 늦은 밤까지 서로 끙끙대며 문제를 풀던 광경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새벽 2시, 조용한 기숙사 방 안에서 학생이 노트북을 향해 속삭인다.
“A, B, C, 혹은 D 중 무엇이 정답이지?”
그리고 화면에 뜨는 ChatGPT의 속삭임.
“C.”

앤트로픽 리포트에 따르면,
학생들의 AI 사용 방식 중 약 47%
‘빠른 문제 해결’ 혹은 ‘직접적인 결과물 생성’에 해당했다.
이것은 단순한 ‘도구 사용’을 넘어,
생각 자체를 외주화하는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

사라진 멘토십과 학습 커뮤니티

더 심각한 문제는 사회적 차원에서 드러난다.
「침묵의 강의실」의 인터뷰에 응한 17명의 대학생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 친구에게 질문하는 대신 “ChatGPT에 물어보라”고 권유하는 문화
• 교수, 선배와의 비공식적 대화(숨겨진 커리큘럼)의 소멸
• 디스코드(Discord) 같은 학습 커뮤니티의 침묵
• AI 사용에 대한 죄책감과 고립감

특히 중요한 점은, 공동의 고생이 사라지면서 동료 의식과 소속감도 함께 증발했다는 사실이다.
학생들은 이제, 과거에 있었던
“같이 밤새 고민했던”
“같이 틀리고 같이 웃었던”
그 경험들을 거의 갖지 못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불편한 과거’를 잃은 것이 아니다.
공동의 고생은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관계 맺기, 협력, 좌절과 극복을 통한 사회성을 키우는 과정이었다.

획일화되는 사고

학생들은 AI를 통해 무난한 답변을 얻는다.
누구의 개성도, 누구의 시행착오도, 누구의 실수도 없는
획일적이고 매끈한 결과물이 쏟아진다.

한 학생은 말했다.

“AI는 정답은 줄 수 있어요. 하지만 사람처럼 ‘다른 스타일’은 못 줘요.”

사람의 사고는 고르지 않고, 때로는 비효율적이다.
하지만 바로 그 삐걱거림이 창의성, 다양성, 성장의 토양이었다.

결론: 편리함이 지운 성장의 흔적

앤트로픽은 경고한다.
“뒤집힌 피라미드는 쉽게 무너진다.”

학생들은 ‘창조’와 ‘분석’이라는 고차 사고를 AI에게 맡긴다.
스스로 이해하고, 질문하고, 실패하며 얻었던 힘은 점점 약해진다.
생각은 근육이다. 사용하지 않으면 퇴화한다.

지금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AI로 인해 편리해진 공부는 과연 우리를 더 나은 인간으로 성장시키고 있는가?”

편리함은 우리의 시간을 절약해주었지만,
동시에 성장이라는 가장 소중한 경험을 지워버리고 있다.

이제는 다시, 질문을 던져야 할 때다.
“빠른 답” 대신,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어떻게 복원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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