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들어 우리는 마치 기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처럼 믿고 있다. 스마트폰이 나오면 인간 관계가 더 원활해지고, AI가 발전하면 모든 일이 자동으로 해결될 것이며, 최신 프로젝트 관리 툴을 도입하면 회사 업무가 순식간에 효율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기대가 넘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스마트폰은 인간관계를 더 가깝게 만들기는커녕 ‘디지털 고립’을 초래했고, AI는 일자리를 혁신하기보다는 대체의 두려움을 낳았으며, 프로젝트 관리 툴들은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는커녕 복잡한 규칙과 절차만 추가했다. 우리는 언제부터 기술이 ‘만능 해결사’라고 착각하기 시작한 걸까?
기술 맹신, 새로운 종교가 되다
기술을 맹신하는 태도는 사실 새로운 것이 아니다. 산업혁명 시기에도 증기 기관이 인간을 더 자유롭게 만들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어땠는가? 노동자들은 더 긴 시간 일해야 했고, 기계화는 노동 조건을 더 열악하게 만들기도 했다.
오늘날 AI와 자동화 기술에 대한 기대도 다르지 않다. 기업들은 AI 챗봇을 도입하면 고객 서비스가 향상될 것이라 믿지만, 정작 고객들은 “사람과 대화하고 싶다”며 짜증을 낸다. SNS 플랫폼은 알고리즘이 적절한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편향된 정보와 가짜 뉴스가 확산되는 현상을 초래했다. 결국, 기술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기술은 도구일 뿐, 해결사는 아니다
기술은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도구일 뿐이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 망치는 집을 짓지 않고, 펜은 소설을 쓰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AI는 우리를 대신해 생각해주지 않으며, SNS는 인간관계를 자동으로 돈독하게 만들지 않는다. 문제는 우리가 기술을 사용하는 방식에 있다.
기술이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려면 인간이 주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SNS가 인간관계를 단절시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SNS를 사용하는 방식이 그러한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AI가 업무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AI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결정하는 방식이 문제인 것이다. 즉, 기술이 아니라 우리의 태도와 사용 방식이 중요하다.
기술 불신도 또 다른 위험
하지만 기술을 무조건 거부하는 것도 위험하다. 기술이 불완전하다는 이유로 모든 신기술을 거부하면, 우리는 새로운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역사적으로도 기계화와 자동화를 반대했던 집단들은 결국 경쟁에서 뒤처졌고, 디지털 기술을 도입하지 않은 기업들은 급변하는 시장에서 생존하지 못했다. 기술을 맹신하는 것도 문제지만, 기술을 완전히 배척하는 태도 역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도전을 초래할 수 있다.
기술은 인간이 현명하게 사용해야만 그 진정한 가치를 발휘한다. 맹신도 문제지만, 과도한 불신 역시 발전을 가로막는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는 것이다.
기술을 현명하게 활용하는 법
그렇다면 우리는 기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첫째, 기술에 대한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이것이 정말로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문제를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둘째,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조절해야 한다. AI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버리고, 인간의 판단과 창의성을 유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술은 인간 중심적으로 설계되고 사용되어야 한다. 기술을 사회적 관계와 협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술은 단순한 도구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술 맹신을 버리고, 기술 불신도 경계하며, 기술을 보다 현명하게 활용할 때, 비로소 우리는 기술이 가져오는 진정한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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