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노벨상 시즌입니다. 올해도 3일 노벨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4일에는 물리학상, 5일 오후에는 화학상, 6일 문학상, 7일 평화상, 10일에는 본류는 아니지만 경제학상 수상자가 발표되었습니다.
디지털 오딧세이 수업 시간에 아이들과 올해 노벨상 수상자들의 업적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시작하면서 먼저 노벨상 시상식이 있었다는 사실과 수상자, 그리고 그들의 업적에 대해서 아는지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있는데 답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이야기 들은 것은 없는지 물었습니다. 모두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 해에 인류에게 가장 큰 혜택을 준 사람”이라는 노벨상의 시상 기준과 그 동안 수상자들이 세상에 끼친 영향을 고려한다면 노벨상 소식은 마땅히 가르쳐야 할 중요한 교육 소재가 아닐까요? 물론 과학 부문 수상자들의 연구가 초중등 수준에서 다루기 힘든 수준이고, 수업 진도의 압박도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쉽게 이야기를 꺼내기 힘든 것도 이해는 됩니다.
그렇지만 짧은 시간이라도 할애해서 그것이 어떤 내용이고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알려주는 것은 아이들이 더 넓은 세상과 높은 수준의 지적 세계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물론 모든 아이들이 그 내용을 이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누군가의 미래를 열어줄 수도 있고, 비록 지금은 그것을 온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없더라도 언젠가 다시 그 내용을 접했을 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노벨상 시상뿐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일들이 훌륭한 교육의 기회가 됩니다. 달 탐사선 다누리호의 발사는 로켓 공학과 물리학(중력,원심력 등)과 같은 과학 지식에서 부터 외계 생명체의 존재 조건과 의미, 인류의 미래까지 이야기를 전개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 선거때는 어느 쪽이 옳고 그른 것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선거에 의한 권력의 위임, 다수결과 민주주의, 소수 권리의 보호를 생각할 기회를 줄 수 있습니다.

Image: Stable Diffusion
더구나, 요즘은 인터넷 덕분에 훌륭한 자료를 빠르고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노벨상 수상자 발표가 나고 불과 몇 시간 후에는 유튜브에 그것을 설명하는 영상들이 업로드 되었습니다. 의지와 관심만 있으면 충분히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기가 힘들까요?
학교의 위기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교육이 세상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에서 그 원인을 찾습니다.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모두 사라진 세상에 학교의 담장만 흉물스럽게 솟아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되돌아보아야 할 때입니다.
세상에 나가도 쓸 곳이 없다는 지식(세상 없는 머리)은 물욕과 탐욕에 물든 싸구려 지식 장사꾼으로 가득 찬 세상(머리 없는 세상)! 우리의 교육과 그것을 둘러싼 환경을 그렇게 표현하면 너무 과한 것일까요?
오딧세이 아이들에게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연구 주제 ‘양자 얽힘’에 대해 조사해서 다음 모임에서 발표할 자원자가 있는지 물었습니다. 중학교 2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이 손을 들었습니다. 워낙 어려운 분야라 걱정도 되지만, 한편으로는 다음 모임일이 기다려집니다.
** 이미지는 인공지능 Stable Diffusion으로 제작한 것입니다. 얼마 전에 온라인 버전이 아니고 Mac에 설치하는 것이 나와서 다운받아서 설치를 하고 테스트를 하고 있는데 아주 훌륭합니다. 소요 사이트나 밴드 글을 작성할 때 이미지가 필요한데 가능하면 이것으로 해보려고 합니다.
“세상에 나가도 쓸 곳이 없다는 지식(세상없는 머리)은 물욕과 탐욕에 물든 싸구려 지식 장사꾼으로 가득 찬 세상(머리 없는 세상)! 우리의 교육과 그것을 둘러싼 환경을 그렇게 표현하면 너무 과한 것일까요?”
조금은 과하다? ^^;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고 적응 기간이 긴 사람들에게 지금처럼 빠른 변화는 먼저 두려움부터 앞서거든요.
처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벅차고, 내가 찾는 정보가 내 두려움을 없애 줄 만큼 명확하지도 않기에
`세상없는 머리`는 원해서 달고 다니는 사람보다는 몰라서 달고 다니는 사람이 더 많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생각은 생각 없이 살았지만,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하는 저를 위한 항변이기도 합니다. ^^
저 같은 사람들을 위해서도 교육이 변화하는 세상을 다 담진 못하더라도, 생각할 힘을 길러주는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네요.
암기 로봇으로 만들지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