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상호작용과 감정적 지지를 목적으로 사용되는 소셜 AI 챗봇과 사용자들의 정신건강 사이에 뚜렷한 연관성이 관찰되었습니다. 연구는 유럽 6개국에서 2,822명을 조사했으며, 그중 평균 13.1%가 소셜 AI 챗봇을 사용한다고 응답했습니다. 국가별로는 이탈리아가 17.93%로 가장 높았고, 아일랜드는 8.67%로 가장 낮았습니다. 이 수치는 소셜 AI가 이미 적지 않은 인구에게 ‘관계의 확장’ 또는 ‘대체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더 중요한 부분은 정신건강 지표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소셜 AI 챗봇 사용자들은 비사용자보다 심리적 고통(psychological distress) 점수가 유의미하게 높았습니다. 연구진은 정신건강 측정 지표(PHQ-4)를 활용했는데, 사용자들은 국가별로 평균 0.30~0.72점 더 높은 우울·불안 점수를 보였습니다. 이 차이는 단순한 감정 기복 수준이 아니라, 임상적 관심이 필요한 정도의 의미 있는 차이를 시사합니다.

외로움에 대한 지표 역시 비슷한 방향으로 나타났습니다. 독일, 이탈리아, 폴란드 등 일부 국가에서는 AI 챗봇 사용자들이 비사용자보다 외로움 점수가 높게 나타났으며, 독일에서는 그 차이가 통계적으로 매우 뚜렷했습니다. 다만 모든 국가에서 동일한 패턴이 반복된 것은 아니며, 핀란드와 아일랜드에서는 외로움 수치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는 문화적 관계 방식, 디지털 의존도, 연령, 사회 규범 등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흥미롭게도 자존감(self-esteem)은 다른 지표들과 달랐습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소셜 AI 사용자와 비사용자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고, 프랑스에서는 오히려 소셜 AI 사용자에게 자존감이 약간 더 높은 경향이 관찰되었습니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 결과가 일반화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며, “일시적 자기위안이 자존감 향상으로 착각될 가능성”을 남겨둔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연구가 던지는 질문은 단순히 “챗봇이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가?“가 아닙니다. 오히려 질문은 이렇게 바뀝니다. 외로움, 불안, 우울을 느끼는 사람들은 왜 인간이 아니라 챗봇에게 먼저 말을 걸기 시작했는가. 그리고 기술이 정서적 결핍의 도피처가 될 때, 그 결과 인간관계는 어떤 방식으로 재구성되는가.

소셜 AI는 실제로 단기적 정서적 안정감을 줄 수 있습니다. 질문에 항상 응답하고, 판단하지 않고, 위로한다고 말하며, 사용자의 감정에 맞춘 언어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이런 특성은 동시에 의존 가능성을 높이고,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불편함을 숨어버릴 이유로 만들어 버립니다. 결국 사용자는 타인과 부딪히며 성장하는 경험 대신, 안전하지만 고립된 관계를 지속하게 될 위험이 있습니다.

기술은 인간의 외로움을 완화할 수 있지만, 그 기술이 인간관계를 대체하려 할 때 상황은 달라집니다. 우리가 챗봇에게서 얻는 것은 ‘관계의 기능’이지 ‘관계 그 자체’가 아닙니다. 관계란 서로의 불완전함을 견디고, 오해를 조정하고, 침묵과 기다림을 공유하는 과정입니다. 챗봇은 이를 제공할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는 기술과 정서의 관계를 다시 질문해야 합니다. 소셜 AI는 도구입니까, 새로운 형태의 관계입니까, 아니면 감정의 퇴피처입니까?

하나만은 분명합니다. 기술은 우리의 외로움을 잠시 달래줄 수 있지만, 외로움 자체를 치료하지는 못합니다. 진짜 치유는 여전히 사람에게서, 관계에서, 불완전한 연결 속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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