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xford Economics가 2025년 5월 발표한 보고서 「Educated but Unemployed: A Rising Reality for College Grads」에 따르면, AI의 대중화 이후 미국 노동시장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는 바로 컴퓨터 시스템 설계 및 관련 서비스업이다. 이 분야는 2021년 이후 무려 40% 이상의 구인 공고 감소를 기록하며, 모든 산업군 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진 고용 붕괴를 경험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경기 조정이 아니라, AI 기술이 특정 산업의 초급 업무를 직접 대체하면서 나타난 구조적 변화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팬데믹 이후 기술 기업들의 고용 정상화가 한창이던 2022년 이후, AI 도입률이 높은 정보기술(IT) 산업은 오히려 신규 인력 채용을 줄이고 자동화를 가속화하기 시작했다. 보고서는 특히 컴퓨터 직군이 AI에 가장 취약하게 노출된 분야라고 명시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컴퓨터 시스템 설계 및 관련 서비스업은 최근 수십 년 동안 디지털 전환을 주도해온 중심 산업이었다. 신규 졸업자 고용 역시 이 분야에 집중되어 있었으나, 2022년 이후 상황은 급변했다. 전체 대학 졸업자 고용은 2% 증가했지만, 컴퓨터 과학 전공자 중 22~27세 청년층의 고용은 오히려 8% 감소했다. 반면, 같은 분야에서 27세 이상 경력자는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AI가 인간 개발자 중에서도 특히 ‘입문 단계’의 역할을 먼저 대체하고 있다는 실증적 증거다.

보고서는 “신규 졸업자들이 통상적으로 담당하던 초급 일자리에 가장 큰 대체가 발생하고 있다”며, AI의 도입이 더 이상 이론이 아닌 고용현실로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한다. GPT 계열 모델과 같은 생성형 AI는 코드 작성, 테스트, 문서화, 버그 수정 등 루틴한 개발 업무에서 빠르게 인간의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 그리고 바로 이 영역이 신입 개발자들이 진입하던 통로였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IT 직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전체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의 실업자 수 증가 중 가장 큰 비중이 컴퓨터 시스템 설계 분야에서 발생했다고 분석한다. AI의 대체 효과가 먼저 닿은 곳이 바로 이 지점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 같은 구조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과학은 여전히 미국 대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전공으로 남아 있다. 디지털 시대에 ‘미래를 위한 투자’로 여겨졌던 이 분야가 졸업 직후에는 오히려 가장 높은 실업률과 가장 큰 수요 감소를 마주하고 있는 역설적인 상황이다.

결국 이는 ‘기술을 배운다’는 것이 더 이상 고용 안정성과 직결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의미한다. AI는 도구를 넘어, 고용의 규칙 자체를 다시 쓰고 있다.

이제는 어떤 기술을 익히느냐를 넘어, 기술과 공존할 수 있는 인간의 역할이 무엇인가를 정의하는 것이 더 중요해졌다. 한국 역시 코딩 교육과 개발자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와 같은 변화가 글로벌 노동시장에서 어떤 구조적 단절을 초래하고 있는지에 대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AI는 지금, 가장 앞서 있던 인재들의 발밑부터 흔들고 있다. 그리고 그 최초의 균열은 컴퓨터 전공자들이 먼저 경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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