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이 고사 위기에 놓였다. 2019년 한 해 동안 전체 인구의 4배가 훨씬 넘는 2억 2천만명이 극장을 찾아 영화를 관람했다. 하지만 2020년에는 6천만명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관람객이 급격히 감소했다. 코로나 팬데믹 직격탄 때문이다. 영화 산업은 극도로 위축되었고, 개봉 영화도 극장을 피해 넷플릭스 같은 OTT(Over-the-top media) 서비스로 직행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코로나 사태가 아니더라도 영화는 이제 시간 장소를 가리지 않고 즐기는 시대가 되었다. 넷플릭스는 아예 자체 제작 영화까지 만들어 극장을 거치지 않고 세계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아마존에 이어 디즈니까지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국내에서도 웨이브, 티빙, 왓챠가 합세해 영상 시장을 잡기 위한 춘추전국 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인터넷 스트리밍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영화나 드라마를 즐길 수 있게 되었지만 극장이 영화 관람을 위한 최적의 장소라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 같다. 압도적인 화면, 온몸을 감싸는 음향은 극강의 몰입감으로 이어지고 감동이 배가한다. 아무리 영화가 OTT 시장으로 이동하는 추세라 해도 단순히 TV나 태블릿, 스마트폰만으로 극장과 같은 효과를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OTT 시장의 확장은 필연적으로 관련 업계의 기술 경쟁을 촉발했다. 극장을 모방하는 것이다. 집에서 극장처럼 영화를 보기 위해서는 빔 프로젝터와 스크린, AV 앰프, 스피커가 필수다. 벽면 전체를 화면으로 만들고, 콘텐츠에 따른 다양한 음향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전쟁, SF, 재난, 범죄 같은 장르에 어울리는 음장감을 형성할 수 있다. 천장까지 스피커를 배치해 소리가 전후좌우 360도 이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이런 기술의 끝판왕은 인공지능이다. 비주얼 컴퓨팅 그래픽 분야의 세계적 선도 기업인 엔비디아(NVIDIA)의 손바닥만 한 스트리밍 미디어 플레이어 쉴드(SHIELD)TV는 영상에 인공지능을 도입했다. 딥러닝 기술로 HD급 영상을 4K 고화질로 업그레이드 해준다. 아마존 에코(Amazon Echo)나 구글 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 같은 AI 음성 비서를 통해 기기를 제어하고 콘텐츠를 찾아준다.

극장에는 앞뒤 전후면, 그리고 천장에 수많은 스피커가 달려 있다. 여기서 뿜어내는 소리가 입체감을 형성하고 온몸을 휘감아 마치 현장에 있는 것처럼 영화에 빠져들게 만든다. 앰프 업체들은 집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다양한 음장을 개발하고, 다수의 스피커를 연결할 수 있도록 꾸준히 기술을 증진시켰다. 그리고 야마하는 처음으로 앰프 음향 기술에 AI를 적용했다.

영화의 장면 등을 면밀히 분석해 최적의 소리를 스피커에 전달하는 AI 서라운드 시스템은 0.2초마다 분석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영화 장면에 맞게 대사와 사운드를 설정한다. 긴장이 고조되는 장면, 슬프고 절망적인 장면에 따라 몰입감을 최고조로 올릴 수 있도록 AI가 대사와 음향 효과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AI를 이용한 이런 시스템은 이미 시판 중이고, 대중화의 길을 걷고 있다.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극장은 이제 개인화의 길을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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