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역에는 1억 7천만대의 CCTV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인공지능과 얼굴인식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중국의 AI 얼굴인식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 받는다. CCTV와 인공지능, 얼굴인식의 결합은 달라진 중국의 생활 풍속도를 보여준다.
잃어버린 가족 찾기
중국의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outh China Morning Post)는 얼굴인식 기술로 헤어진 가족을 다시 찾아 준 사례를 소개했다. 2017년에 혼잡한 충칭의 기차역을 배회하고 있는 한 청년이 발견되었다. 그는 정신병을 앓고 있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가족의 연락처나 살고 있는 주소 등 어느 것 하나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결국 그 지역의 병원으로 보내졌다. 병원에 있는 1년 동안 당국은 그의 가족을 찾기 위해 백방의 노력을 펼쳤으나 실패했다.
실마리는 지방 정부와 협력 관계에 있던 한 얼굴인식 관련 회사에 도움을 청하면서 풀렸다. 중국의 공공 데이터 베이스에 연결해 얼굴인식 기술로 그의 얼굴 사진을 대조하자 곧바로 신원이 확인된 것이다. 그는 31살이었고, 처음 발견된 곳에서 수백 마일 떨어진 쓰촨성 량산이현(Liangshan Yi)에 주소를 두고 있었다. 수많은 얼굴 사진 데이터 속에서 그의 얼굴을 찾고, 관련 정보를 알려주는 첨단 기술은 헤어진 가족을 다시 만나게 한 일등공신이 되었다.
얼굴로 결제하기
지갑을 열지 않고 얼굴로 결제하는 시스템은 중국에서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2015년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셀카를 통해 첫 선을 보인 얼굴인식 결제 시스템은 중국 KFC의 새로운 식당인 케이프로(KPRO)에 등장했고, 오프라인 가전 유통업체인 쑤닝(Suning)의 난징 스포츠 매장에도 적용되었다. 메뉴를 선택한 뒤 카메라에 얼굴을 비추거나, 물건을 사서 들고 나가면 카메라가 얼굴을 인식해 결제가 이루어진다.
영국의 데일리 메일(Daily Mail) 등은 댄 울프(Dan Wolfe)라는 사진 작가의 얼굴인식 결제 체험 기사를 실었다. 중국 광저우의 가게에 들른 그는 물건을 산 뒤 카드나 현금을 내는 대신 계산대의 카메라에 얼굴을 보여주는 것으로 결제를 마쳤다. 이 얼굴인식 결제 시스템은 중국의 모바일 메신저인 위챗이 개발했다. 3D 카메라가 80여개 지점의 얼굴 특징을 스캔하고 확인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0.3초에 불과했다. 결제만이 아니다. 중국 일부 은행의 ATM 기기는 얼굴로 카드를 대신한다. 화장지 낭비를 줄인다는 이유로 중국의 일부 도시들은 공중 화장실까지 얼굴인식 기능을 갖추었다.
콘서트 현장의 범인 검거
2018년 4월 6일 중국 장시성 남창시에서는 홍콩의 유명 가수이자 영화배우인 재키 청(Jacky Cheung)의 콘서트가 열리고 있었다. 6만명의 관람객들이 몰린 이 콘서트 현장에 중국 공안이 들이닥쳤고, 범죄 용의자 한 명을 정확히 찾아내 체포했다. 31살의 이 용의자는 체포 당시 몹시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고 중국 신화통신이 전했다. 공안 관계자는 수만 명이 모인 콘서트 현장에서 자신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고 말했다.
첨단 기술은 다중이 모이는 장소나 군중 속에 몸을 숨기는 것을 어리석게 만들었다. 콘서트장에는 여러 대의 CCTV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고, 카메라에는 AI 얼굴인식 기능이 내장되어 있었다. 아무리 사람이 많더라도 AI 얼굴인식 기술은 용의자를 순식간에 찾아낸다. 중국 공안은 2017년에도 칭따오 국제 맥주 페스티벌 현장에서 얼굴인식 기술을 활용해 범죄 용의자들을 검거했다. 중국 공안의 첨단 장비에는 AI 얼굴인식 가능을 갖춘 스마트 안경도 있다. 이 안경은 데이터베이스와 연동돼 0.1초 안에 최대 1만명을 스캔 할 수 있다.
무단횡단 적발하기
중국 광동성 선전시 교통경찰은 2017년 4월부터 CCTV와 AI 얼굴인식 기술을 활용한 무단횡단 단속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도로를 무단횡단 하다 카메라에 찍히면 얼굴인식 기술로 곧바로 신원이 확인되고, 길거리에 설치된 전광판에 게시된다. 2018년 3월에는 무단횡단 하는 사람의 얼굴 사진을 게시하는 웹 사이트도 만들어졌다.
사진 출처 봉황망(凤凰网)
AI 카메라에 의한 무단횡단 적발은 지금까지는 망신주기에 그쳤지만 이제는 처벌 대상이다. 선전시 교통경찰은 2018년 5월부터 AI 카메라로 잡은 교통법규 위반 행위에 대해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자전거를 타고 적색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면 범칙금이 100위안(약 1만7천원)이고, 보행자가 무단횡단을 하다 걸리면 20위안(약 3천4백원)의 범칙금을 내야 한다. CCTV 카메라는 통상 차량의 교통법규 위반을 단속했지만 이제는 보행자까지 그 대상이 확대되었다.
중국의 CCTV 카메라는 2020년까지 4억 5천만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인구 3명당 한 때 꼴이다. 보다 진화한 AI 얼굴인식 기술과 함께 일상 생활 속에서 그 적용 분야는 더욱 다양하고 복합적인 형태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이런 모습이 중국만의 상황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촘촘한 그물망과 인공지능에 의한 확인 절차가 생활의 편의를 가져오고 범죄 예방과 억제의 효과로 이어지겠지만 그 안에 감춰진 무차별적인 감시 체제와 사생활 침해의 역기능을 막을 수 있는 대안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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