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언어 학습 앱 중 하나인 듀오링고Duolingo는 게임처럼 배우는 구조와 귀여운 부엉이 캐릭터 ‘듀오(Duo)’로 유명하다. 사용자는 앱을 통해 영어, 일본어, 스페인어 같은 다양한 언어를 짧고 반복적인 과제를 통해 배울 수 있다. 2011년 미국 피츠버그에서 설립된 이 회사는 무료 교육을 핵심 가치로 삼아 빠르게 성장했고, 현재는 전 세계 수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언어 학습의 구글’이라 불릴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 듀오링고가 최근 발표한 AI 기반의 대규모 콘텐츠 확장은 기술의 진보라는 찬사와 함께, 노동의 구조적 변화라는 불편한 질문도 함께 불러오고 있다.
듀오링고는 단 1년 만에 148개의 언어 과정을 새롭게 출시했다. 12년 동안 100개의 코스를 개발했던 회사가 AI 도입 이후 보여준 생산 속도는 경이롭다. “콘텐츠 확장의 병목이 인간이었다”는 말을 입증이라도 하듯, CEO 루이스 본 안은 이렇게 밝혔다. “우리는 AI로 수십 년의 시간을 단축했고, 수억 명의 학습자에게 더 빠르게 도달할 수 있게 됐다.”
이 발표는 ‘기술의 진보’라는 이름 아래 박수받기 쉬운 뉴스다. 하지만 그 이면엔 조용한 퇴장이 있다. 듀오링고는 공식적으로 “AI가 할 수 있는 일에는 더 이상 사람을 쓰지 않겠다”며 수많은 계약직 콘텐츠 제작자들과의 관계를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내부 이메일에서는 “인력을 추가 배정하는 조건은 자동화를 더 이상 할 수 없는 경우에만 해당된다”고 못을 박았다.
콘텐츠 생산, 공예에서 대량 생산으로
듀오링고 사례는 콘텐츠 제작이 더 이상 ‘사람이 쓰는 글’이 아니라는 걸 명확히 보여준다. AI는 문법 학습 문장을 쏟아내고, 대화 시나리오를 짜고, 심지어 ‘스토리’ 콘텐츠도 만든다. 그 결과는 놀랍도록 빠르다. 무엇보다 일관된 형식과 무한한 확장성이라는 면에서 인간 노동의 한계를 초월한다.
콘텐츠 생산이 ‘장인의 손’에서 ‘공장식 알고리즘’으로 넘어가는 이 변화는 단순히 기술적인 혁신을 넘어, 지식의 생산과 소비 방식 자체의 전환을 의미한다. 더 많은 양, 더 빠른 속도, 더 저렴한 비용. 이 세 가지가 콘텐츠의 기준이 될 때, ‘좋은 내용’의 기준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AI가 뺏은 자리는 누가 채우는가
그러나 이 모든 혁신은 인간을 대체하는 과정으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콘텐츠를 직접 만들던 수많은 계약직 작가들과 언어 전문가들은 더 이상 필요 없는 존재가 되었다. 정규직도 아니고, 조직 내 영향력도 없던 이들은 기술 진보의 첫 희생양이 되었다.
이 문제는 듀오링고 하나의 사례에 머물지 않는다. 교육, 출판, 마케팅 등 ‘콘텐츠 기반 산업’ 전반에서 계약직 프리랜서, 크리에이터, 기획자들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AI는 기획에서 창작까지를 포괄하면서, 사람이 ‘개입할 이유’ 자체를 줄이고 있다. 마치 생산라인을 자동화했을 때 비정규직부터 해고됐던 과거의 산업화 시대처럼, 이번엔 지식노동의 자동화가 계약직을 먼저 밀어내고 있다.
남는 것은 무엇인가
듀오링고는 이제 “AI-퍼스트 기업”을 선언했다. 많은 기업이 그 뒤를 따를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AI가 빠르게 만들어낸 콘텐츠는, 과연 사람이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지식인가?
또, 기술이 대체한 자리에 새로운 인간의 역할은 무엇으로 채워질 수 있는가?
기술은 앞으로도 콘텐츠를 만들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이 완전히 빠져버린다면, 우리는 결국 ‘비인간적인 지식’을 배우게 되는 건 아닐까.
듀오링고의 AI-우선 전략 선언 (번역)
Q&A와 여러 회의에서 이미 언급했지만, 이제 공식적으로 선언하고 싶습니다. 듀오링고는 AI-우선(AI-First) 기업이 될 것입니다.
AI는 이미 업무 방식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이것은 ‘언제’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진행 중’입니다. 이렇게 큰 변화가 있을 때 가장 나쁜 선택은 기다리는 것입니다. 2012년, 우리는 모바일에 베팅했습니다. 많은 기업이 웹사이트용 모바일 동반 앱에 집중할 때, 우리는 모바일-우선 전략을 택했고, 이것이 미래라고 보았습니다. 이 결정은 우리에게 2013년 iPhone 올해의 앱(iPhone App of the Year) 수상과 구전 마케팅을 통한 유기적 성장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모바일에 베팅했던 것이 차이를 만들어냈습니다. 이제 우리는 유사한 결정을 내리고 있으며, 이번에는 AI가 그 핵심입니다.
AI는 단순히 생산성 향상 도구가 아닙니다. AI는 우리가 사명에 더 가까워지도록 도와줍니다. 우리는 방대한 양의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는데, 이를 수작업으로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최근에 내린 최고의 결정 중 하나는 느리고 수동적인 콘텐츠 생성 프로세스를 AI 기반으로 전환한 것이었습니다. AI가 없었다면 콘텐츠를 더 많은 학습자에게 제공하는 데 수십 년이 걸렸을 것입니다. 우리는 학습자들에게 이 콘텐츠를 최대한 빨리 제공할 의무가 있습니다.
또한 AI는 영상 통화와 같이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기능을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제 최고의 인간 튜터만큼 우수한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AI-우선 기업으로의 전환
AI-우선 기업이 되면서 우리는 업무 방식을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인간을 위해 설계된 시스템을 미세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많은 경우, 우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모든 것을 하루아침에 재구축할 수는 없으며, 코드베이스를 AI가 이해하도록 만드는 것과 같은 일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기술이 100% 완벽해질 때까지 기다릴 수 없습니다. 우리는 속도를 내고, 때로는 품질에서 약간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신속하게 움직일 것입니다.
전환을 위한 주요 지침
- AI가 처리할 수 있는 작업에서 점차 계약직 인력을 줄일 것입니다.
- AI 사용이 채용 평가 기준에 포함될 것입니다.
- AI 사용이 성과 평가에 반영될 것입니다.
- 팀이 더 많은 작업을 자동화하지 못하는 경우에만 인력을 추가할 것입니다.
- 대부분의 기능은 근본적으로 업무 방식을 변화시킬 특정 계획을 가질 것입니다.
직원에 대한 듀오링고의 약속
이 모든 것을 말한 후에도, 듀오링고는 여전히 직원들을 깊이 배려하는 기업으로 남을 것입니다. 이는 AI로 직원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병목을 제거하여 이미 뛰어난 듀오 팀원들이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여러분에게 반복적인 작업이 아닌, 창의적이고 실제 문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더 많은 교육, 멘토링, AI 활용 도구 지원을 통해 여러분을 돕겠습니다.
변화는 두려울 수 있지만, 저는 이 변화가 듀오링고에 훌륭한 진전이 될 것이라 확신합니다. 이는 우리가 사명을 더 잘 실현할 수 있도록 돕고, 듀오에게는 이 기술을 활용해 앞서 나가는 기회를 의미합니다.
– 루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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