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에 따르면 코로나바이러스로 학교에 가지 못하고 있는 학생의 수가 15억을 넘어가고 있다. 교육당국과 학교는 수업 결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온라인 툴들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데 보수적이었던 교육계가 코로나로 인해 그 문을 활짝 열 수 밖에 없는 상황을 가장 반기는 곳이 교육기술업체와 거대 IT 회사들이다.

교육 시장은 현재 시점에서도 제품과 서비스 판매에, 잠재적 고객인 어린 학생들에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 전망을 가능하게 해주는 전략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구글,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전통적인 거대 IT 회사들은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학교에 대해서 그들의 상품을 무료 혹은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거나,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들을 지원해왔다.

미국과 유럽보다 디지털 수용도가 현저히 낮았던 한국은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개학 연기에 학교나 가정이 준비가 거의 없던 상황에서, 구글과 같은 회사의 솔루션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러다 보니 민간 기업의 솔루션, 특히 디지털 기술을 수용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고민을 건너뛰고 있어 우려되는 상황이다.

학교에 디지털 기술이나 툴을 도입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아이들로부터 수집한 정보를 기업이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최근 미국의 뉴멕시코 주 법무부는 구글이 주 학교에 제공하는 교육용 제품을 통해 아이들이 알지 못하거나 부모의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심지어는 방과 후나 교육이 진행 중이지 않을 때도 그러한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는 혐의로 소를 제기해서 학부모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주법무장관 발데라스는 구글이 디지털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규제하는 연방법중의 하나인 “아동 온라인 프라이버시 보호법(COPPA, 이하 코파)”과 주정부의 “불공정관행법”을 위반했다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구글은 교육 서비스만을 제공한다고 주장하지만, 대신에 어린이들과 부모들이 가장 민감한 개인 정보에 대한 자율성과 통제권을 박탈해, 아이들이 그들의 교육에 대한 대가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묵인하도록 강요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코파는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온라인 데이터를 수집하는 기업은 누구나 부모의 동의를 먼저 받아야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구글은 검증 가능한 부모의 동의 없이 인터넷, 디바이스, 가정, 그리고 교육 시간외에도 아이들을 추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발데라스는 주장했다. 이 소송에서 주법무부는 코파의 보호 대상을 넘어서는 나이의 청소년, 심지어는 성인 교육자까지 구글의 프로그램에 의해 감시되고 있고 이는 뉴멕시코 주의 불공정관행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적시했다.

구글은 자사 교육용 제품이 코파와 업계 표준을 준수하며, 지 슈터(G Suite) 데이터를 소유하거나 판매하지 않으며, 지 슈터 학교 제품의 광고를 목표로 하는 데 개인 정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 학교와의 계약에 따라 18세 미만의 사용자들이 구글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전에 학교가 부모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구글의 교육 프로그램 문제는 뉴멕시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19년 1월 세계 8천만 명 이상이 구글의 교육용 패키지인 G Suite for Education을 사용한다고 밝혔고, 뉴욕 타임스는 2017년 3천만 명 이상의 학생들이 구글의 교육 앱을 사용했으며, 크롬북이 미국 학교에 보급되는 교육용 기기의 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다고 보도했다.

구글의 코파 위반 문제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9월, 구글은 유튜브가 부모의 동의 없이 미성년 아동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는 의혹에 대해 공정위와 뉴욕 주에 1억 7천만 달러의 합의금을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학교에 무료 또는 저렴한 제품을 제공하는 기술 회사는 구글뿐만이 아니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두 할인 등 부수적인 혜택과 함께 그들만의 교육용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제공한다. 영국에 기반을 둔 인공지능 교육 플랫폼 제공업체인 센추리 테크(Century Tech)는 그들의 플랫폼을 코로나바이러스 국면에 무료로 오픈했고, 영국의 초중등학교에도 개방을 했다.

문제는 이러한 업체들이 무료 혹은 할인된 가격으로 학교에 교육용 프로그램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선의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기업들은 상품의 대가로 아이와 교육 주체들의 민감한 정보를 무단으로, 혹은 과도한 수준으로 수집하고 교육 외적인 목적에 사용하고 있다고 의심받을 만한 일들을 해왔다. 우리 사회는 그런 현실을 얼마나 알고 있고, 어떤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을까? 우리는 지금 비싼 점심을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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