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5일, 인천 남동구의 가천대 길병원 인공지능 암센터. 3개의 대형 모니터 앞에 의사 5명이 모였다. 대장암 환자 조태현(61)씨의 치료법을 결정하기 위해서다. 당시 대장암 3기였던 조 씨는 결장 절제 수술을 받았다. 추가적 치료가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떠한 치료법을 써야 할지 정해야 했다. 10여 분간 논의 끝에 인간 의사의 결론은 항암제 치료가 필요하다는 쪽으로 모였다. 그리고 의료진은 모니터를 통해 미국 IBM이 개발한 의료용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에 접속했다. 조 씨의 의료 정보를 입력하고 8초쯤 지났을까. 왓슨은 “다른 약보다 생존율이 높다”는 근거를 대며 폴폭스ㆍ케이폭스라는 항암제 사용을 제시했다. 인간 의사와 왓슨 의사의 판단이 일치했다.”

<출처: 중앙일보, 2017.12.5>

인공지능 의사의 진단과 처방은 인간의사의 경험과 감각을 넘어선다. 판독, 정확성, 효율성, 확률성, 예측성이라는 수치 앞에서 인간의사는 인공지능 왓슨을 능가하지 못한다. 병원은 수치와 숫자를 신봉한다. 의사의 실력은 청진기가 아니고 각종 기계의 수치로부터 나온다. 의사들은 피를 뽑고 CT를 찍고 나오는 수치를 들여다 볼 뿐이다. 그 수치를 기준으로 병의 진행상황, 엄중성, 현실성들을 판단할 뿐이다. 컴퓨터에 전송된 영상을 보여주고 위험을 알려주는 빨간 수치를 설명해주어야 환자와 그 가족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왓슨은 의사의 의료적 의사결정 과정을 돕는 임상 의사결정 지원시스템(clinical decision support system)으로 볼 수 있다. 2012년 3월 세계 최대 암병원 중 하나인 미국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MSKCC)에서 폐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 암 진료에 처음 도입됐다. 200종 이상의 의학 저널과 교과서를 포함한 방대한 양의 임상 데이터에 대한 학습을 바탕으로 왓슨은 현재 세계 곳곳의 병원들에서 암 환자를 진료 중이다. 왓슨이 가진 핵심 기술은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와 기계 학습(machine learning)을 통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할 수 있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스스로 분석하고 학습해 복잡한 문제에 대한 답을 즉시 내놓는다는 것이다. 왓슨의 장점은 역시 속도와 정확성이다.

길병원 의료진도 왓슨의 장점을 인정했다. 의사의 인지능력을 강화시키는 강력한 준거(reference)를 제시하고, 근거중심의학을 위한 통합 자료를 제공하며, 다학제진료에 활용됨으로써 원활한 환자 진료를 돕는다는 것이다. 왓슨은 현대의료의 특징인 ‘증거 기반 의료(evidence based medicine), 즉 각종 연구 결과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지는 현실에서 진료에 바쁜 의사들이 최선의 의학적 증거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은 상황에서 왓슨의 등장은 속도와 효율 면에서 많은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왓슨은 각종 임상 데이터에 대한 방대한 학습량을 바탕으로 빠른 분석과 뛰어난 통찰력을 제시해 준다는 것이다. 또한 논리적인 분석과 해석으로 직관과 경험에 의존하는 인간의사가 빠지기 쉬운 잠재적인 편견(bias)을 피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것인데 환자의 가족들은 이를 중요시한다.

백정흠 길병원 교수(대장항문외과)는 왓슨에 대해 “다양한 암 치료법 중에서도 특히 수술 후 보조적 항암치료와 난치성(항암제 불응성)치료에서 효과적인 방법을 제시했다”면서 “영상의학과, 병리학과 등 데이터가 축적되고 개발이 완료되면 질병 진단에서 혁신적인 발전을 불러올 것” 이라고 말했다. <https://www.sciencetimes.co.kr 참조>

2017년 12월 길병원은 ‘왓슨 도입 1주년 심포지엄’을 열고 그간의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그동안 길병원에서 왓슨으로 진료 받은 환자 557명을 분석한 내용이었다. 백정흠 길병원 외과 교수에 따르면 지난 1년간 대장암(결장)환자 118명에게 제시한 의료진과 왓슨의 ‘1순위’ 치료법이 같은 비율은 55.9%였다. 지난 2009~2016년 이미 치료받은 환자 656명을 왓슨이 다시 진단했을 때 양쪽 의견이 일치했을 확률(48.9%)보다 올랐다고 밝혔다. 2순위 치료법까지 확대하면 인간·인공지능 의사의 생각이 같은 경우는 78.8%로 더 높아진다. 백정흠 교수는 “과거보다 강력히 추천하는 치료법에 대한 의견일치가 많아졌다는 건 그만큼 의료진들이 왓슨의견에 동의한다는 걸 의미한다. 왓슨의 능력이 개선됐고 전문가 집단의 인공지능 시스템 신뢰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출처: ChosunBiz.com, 길병원, AI 왓슨 도입 1년 만에 의견 일치율 7%p 올랐다. 허지윤 기자)

왓슨은 전 세계 환자 빅데이터와 의학저널, 교과서 등을 스스로 분석하면서 진화하고 있다. <강력 추천> <추천> <비추천> 등 3가지로 나눠서 의료진에 치료법을 제시한다. 길병원에 처음 도입됐을 때 4개 암만 진단했지만, 이제는 유방암과 폐암 등 8개 항목의 암을 판단하고 있다. 조만간 갑상샘암과 간암도 진단 분야에 추가될 예정이다. 길병원을 예로 들면 인공지능 진료를 택한 환자는 대장과 유방암에 걸린 여성이 많았다. 557명 중 두 암에 걸린 경우가 299명(54%)으로 절반을 넘었다. 또한 3기에 해당하는 환자가 248명(47%)이었다. 백교수는 “암이 상당히 진행되면서 불안한 중증 환자들이 인공지능 헬스케어에 대한 요구가 더 강하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인공지능 의사 왓슨은 2016년 12월 5일 인천 가천대 길병원에서 국내 처음으로 암 환자 진단에 투입된 이후 2017년 3월 기준 왓슨이 길 병원에서 진료한 암 환자는 215명 정도였다. 암종별로는 대장암이 65명으로 가장 많았고, 폐암 및 유방암(각 50명), 위암(35명), 부인암(15명) 순이었다. (송강섭 의학칼럼니스트 2017.03.30 ⓒ ScienceTime 참조)
환자 만족도도 높은 편이라고 보고되고 있다. 길병원이 2017년도 10~12월 왓슨 진료를 받은 환자 51명에게 물었더니 48명(94%)이 매우 만족한다고 답했다. 이언 길병원 인공지능병원추진단장은 “왓슨 암 다학제진료에는 의사 6명이 참여하기 때문에 환자별로 최대 180분의 진료가 이뤄지는 셈”이라면서 “왓슨은 수많은 환자 사례를 바탕으로 진료 방침을 정하기 때문에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출처: 중앙일보, 인공지능 의사 ‘왓슨’ 1년, 인간 의사 치료법과 56% 일치)

하지만 인공의사 왓슨을 지지하지 않는 의사들도 있다. 아직 AI가 인간 의사의 판단을 뒤집을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의견이다. 지방 병원을 중심으로 왓슨 도입이 늘고 있지만, 서울의 대형병원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는 것이다. 윤영호 서울대병원 암통합케어센터 교수는 “현재의 왓슨은 의사를 대체했다기보다 결정을 돕는 조력자 역할이고, 한국인 환자 특성도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 다른 병원의 의견을 구하는 ‘세컨드 오피니언’을 왓슨으로 보완하는 식이다”면서 “환자 만족도는 높아졌지만 의료 질적인 변화는 알 수가 없다. 앞으로 왓슨과 의사의 진단에 따른 암 환자 5년 생존율, 1~2년 재발률 등을 종합적으로 비교ㆍ분석해봐야 한다.”고 밝혔다.

왓슨은 서양인에 대한 연구 결과를 중심으로 미국에서 개발되었다. 이에 따라 왓슨이 국내 진료 시스템에 녹아들도록 하기 위해서는 전자의무기록(EMR)연동 등 달라진 환경에 맞춘 시스템 개선과 건강보험 등 제도 손질이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인과 미국인은 암의 원인 유전자도 다르고 항암제에 대한 반응도 딴판이다. 같은 항암제를 먹더라도 치료 효과나 부작용 정도가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왓슨의 등장은 환자의 사생활과 정보침해와도 연결돼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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